[유럽 선진 공항을 가다] 4. 김해신공항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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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터미널·접근도로 해법, 주민·승객 편의가 최우선

지난해 6월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결정한 김해공항 확장안을 바탕으로 한 김해신공항 계획도. 기존 공항 시설에다 V자 형태의 활주로와 국제선 터미널이 새로 건립된다. 이 계획은 지난 4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부산시 제공

2026년 개항 목표인 '김해신공항'에 대해 올 8월부터 공항개발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진행 중이다. 내년 8월께 신공항의 밑그림이 나오는 것이다. 이후 정부는 기본·실시설계를 진행한다. '24시간 안전한 관문공항'이 되기 위해 보완할 점은 무엇일까. 유럽 선진 공항의 예를 통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의 한계를 짚어본다.

예타, 소음 대책에 무관심
각종 대안 찾아 소통 나서야

국내·국제선 터미널 연결
화물터미널 확대 등 숙제

"정부 중장기계획에 없는데
관문공항?" 근본적 의문

■활주로 연장, 소음


정부 예타에 따르면 활주로 3개의 김해신공항에서는 연 29만 회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항공수요로는 연간 3800만 명(국내선 1000만, 국제선 2800만 명). 핵심은 활주로 1개를 추가 건설하는 것이다. 그런데 활주로 길이가 현재 김해공항과 같은 3.2㎞를 상정하고 있다. 부산시는 A380 등 대형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하려면 '3.5㎞ 이상' 돼야 한다고 본다. 당초 3.8㎞를 주장했지만 사업비 증가, 소음권역, 문화재 구역 침범 등을 감안해 절충했다.

현재 김해공항에는 야간 비행시간 제한(커퓨·오전 11시~오전 6시)이 있다. 예타에서 김해신공항의 별도 소음대책은 수립되지 않았다. 개략적인 소음보상비 정도만 산정됐을 뿐이다. 외국 대형 공항은 24시간 운영하되 소음대책으로 항공기 대형화, 항공사 이착륙 횟수 할당, 운항 횟수 총량 제한, 이착륙 방향 조정 등을 적용한다. 별도 기구를 두고, 주민과의 합의·소통에도 힘쓴다. 부산시 송종홍 공항기획과장은 "예타는 사업비를 따지는 단계인데, 소음 문제는 환경영향평가와 기본계획 수립 때부터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터미널 분리, 화물터미널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은 '단일 터미널' 원칙으로 환승객 유치에 힘쓴다. 터미널 동선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김해신공항 예타에서는 국내선과 국제선 터미널을 분리 배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국내선과 국제선 환승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용객의 불편이 불을 보듯 뻔하다. 운영비 증가도 걱정이다. 항공사의 지상 조업의 신속성과 장비 이용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최근 들어 터미널 연결 공사를 진행하는 프랑스 파리 오를리공항의 경우에서 보듯 운영 효율도 중요한 요소다. 신공항 입지를 평가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김해신공항의 V자 활주로의 모델로 참고한 터키 아타튀르크공항의 경우도 V 활주로 안에 통합 터미널을 배치했다.

예타에는 화물터미널 계획도 없다. 항공화물은 세계적 공항의 또 다른 타깃이다.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은 화물터미널을 6개나 두고 있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화물을 처리한 홍콩 첵랍콕공항은 451만 1000t에 달했다. 화물터미널 1개(연간 처리용량 11만t·7379㎡)를 둔 김해공항은 지난해 4만 1863t에 그쳤다. 부산시 관계자는 "예타에는 김해신공항의 화물 처리량을 현재 김해공항 수준으로 축소시켰다"며 "신공항이 만들어지면 화물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6만㎡(2045년 61만t 처리) 규모의 화물터미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접근도로, 에어시티

접근 교통망을 빼놓고 공항을 얘기할 수 없다. 예타에서는 남해고속도로2지선에서 국제선 신청사로 연결하는 동선만 확보하고 있다. 남해·경부·중앙고속도로와 연결되지 않아 대구·경북, 울산, 경남 북부 지역에서 접근하기에 불편하다. 또 서부경남 쪽에서 기존 청사에 접근하려면 공항을 우회해야 한다. 철도도 마찬가지. 동대구, 울산 쪽에서만 직접 연결되고, 서부경남 쪽 대안이 없다. 부산시는 신공항 직결 철도(8.1㎞)를 만들고 공항터미널 아래 복합환승센터를 만드는 방안을 제시한다. 부산김해경전철과 연결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세계적인 공항 주위에는 숙박, 컨벤션, 쇼핑 등이 가능한 에어시티가 있다. ADPi 보고서에서는 김해신공항에 유보지 개념으로 에어시티(0.69㎢)가 제시됐고 예타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부산시는 신설 활주로와 남해고속도로2지선, 서낙동강 사이 삼각형 모양의 땅(2.6㎢·78만 평)을 '공항개발예정지역'으로 정해 그린벨트를 해제하면서 국가사업으로 에어시티를 개발하자는 입장이다.

■어디에도 없는 '관문공항' 규정

좀 더 근본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해신공항을 '24시간 운영 가능한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현재 정부의 5차 공항개발중장기종합계획(2016~2020년)에 '관문공항' 개념은 없다. 중추공항(1곳), 거점공항(6곳), 일반공항(10곳)만 있을 뿐이다. 김해공항은 김포, 제주, 대구, 청주, 무안공항과 같은 거점공항이다. 정부가 말하는 '관문공항'이 공허한 말잔치로 끝날 공산이 있는 것이다. 거점공항은 원칙적으로 국내선과 중단거리 수요를 처리한다. 김해공항이 유럽·미주 등 중장거리 노선과 시설 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낮은 위계의 영향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ADPi의 입지 평가도 거점공항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예타에서는 이 부분이 불분명하다. 공항 위계는 공항 시설을 어떻게 지어, 어떻게 운영할지 근간이다. 이를 먼저 명확히 정하지 않고 공항을 설계한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다. -끝-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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