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선진 공항을 가다] 4. 김해신공항 과제
소음·터미널·접근도로 해법, 주민·승객 편의가 최우선
2026년 개항 목표인 '김해신공항'에 대해 올 8월부터 공항개발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진행 중이다. 내년 8월께 신공항의 밑그림이 나오는 것이다. 이후 정부는 기본·실시설계를 진행한다. '24시간 안전한 관문공항'이 되기 위해 보완할 점은 무엇일까. 유럽 선진 공항의 예를 통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의 한계를 짚어본다.
예타, 소음 대책에 무관심
각종 대안 찾아 소통 나서야
국내·국제선 터미널 연결
화물터미널 확대 등 숙제
"정부 중장기계획에 없는데
관문공항?" 근본적 의문
■활주로 연장, 소음
정부 예타에 따르면 활주로 3개의 김해신공항에서는 연 29만 회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항공수요로는 연간 3800만 명(국내선 1000만, 국제선 2800만 명). 핵심은 활주로 1개를 추가 건설하는 것이다. 그런데 활주로 길이가 현재 김해공항과 같은 3.2㎞를 상정하고 있다. 부산시는 A380 등 대형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하려면 '3.5㎞ 이상' 돼야 한다고 본다. 당초 3.8㎞를 주장했지만 사업비 증가, 소음권역, 문화재 구역 침범 등을 감안해 절충했다.
현재 김해공항에는 야간 비행시간 제한(커퓨·오전 11시~오전 6시)이 있다. 예타에서 김해신공항의 별도 소음대책은 수립되지 않았다. 개략적인 소음보상비 정도만 산정됐을 뿐이다. 외국 대형 공항은 24시간 운영하되 소음대책으로 항공기 대형화, 항공사 이착륙 횟수 할당, 운항 횟수 총량 제한, 이착륙 방향 조정 등을 적용한다. 별도 기구를 두고, 주민과의 합의·소통에도 힘쓴다. 부산시 송종홍 공항기획과장은 "예타는 사업비를 따지는 단계인데, 소음 문제는 환경영향평가와 기본계획 수립 때부터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터미널 분리, 화물터미널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은 '단일 터미널' 원칙으로 환승객 유치에 힘쓴다. 터미널 동선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김해신공항 예타에서는 국내선과 국제선 터미널을 분리 배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국내선과 국제선 환승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용객의 불편이 불을 보듯 뻔하다. 운영비 증가도 걱정이다. 항공사의 지상 조업의 신속성과 장비 이용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최근 들어 터미널 연결 공사를 진행하는 프랑스 파리 오를리공항의 경우에서 보듯 운영 효율도 중요한 요소다. 신공항 입지를 평가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김해신공항의 V자 활주로의 모델로 참고한 터키 아타튀르크공항의 경우도 V 활주로 안에 통합 터미널을 배치했다.
예타에는 화물터미널 계획도 없다. 항공화물은 세계적 공항의 또 다른 타깃이다.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은 화물터미널을 6개나 두고 있다.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화물을 처리한 홍콩 첵랍콕공항은 451만 1000t에 달했다. 화물터미널 1개(연간 처리용량 11만t·7379㎡)를 둔 김해공항은 지난해 4만 1863t에 그쳤다. 부산시 관계자는 "예타에는 김해신공항의 화물 처리량을 현재 김해공항 수준으로 축소시켰다"며 "신공항이 만들어지면 화물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6만㎡(2045년 61만t 처리) 규모의 화물터미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