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에 오른 '멸치잡이 어로장 친목회'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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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남해안 멸치잡이 권현망선단 주 정박지인 경남 통영시 동호항. 양호한 기상 여건에도 이날 새벽 어탐에서 어군이 잡히지 않자 어로장 연합회가 철수를 결정했고 이에 대부분의 선단이 귀항했다.

국내산 마른멸치 유통량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경남 남해안 멸치잡이 권현망선단의 어로장 친목회가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멸치잡이 기선권현망 전·현직 어로장 70여 명으로 구성된 '기선권현망 어로장 연합회'는 최근 A 선단 어로장 B 씨를 제명 처분했다. 연합회에서 정한 작업규칙(철망시간 미준수)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에 반발해 이의를 제기한 C 선단도 회칙 위반을 들어 제명했다.

기선권현망 어로장 연합회
자체 입출항·조업 시간 강요
제명 되면 주파수 정보 끊어
개인 접촉 제한, 선단도 제재
선주들 "전횡" 법적 대응 방침

현행법상 권현망선단은 오후 9시 30분부터 뒷날 오전 4시30분까지 하루 6시간만 투망(이동시간 제외)이 금지된다. 그런데 연합회에선 자체 조업제한 시간을 설정, 회원들에게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일몰 후 야간조업은 못하도록 아예 회칙에 못박았고 낮에도 연합회가 철망을 결정하면 조업을 중단하고 철수하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 출항시간도 마찬가지. 입출항 비용을 아끼려 어장 주변에 정박하려 해도 연합회가 특정 항구를 지정하면 그쪽으로 뱃머리를 돌려야 한다.

연합회에서 제명되면 공동주파수를 통한 무선통신이 불가능해진다. 넓은 바다에서 멸치어군을 찾아 다녀야 하는 권현망 선단들은 무전을 통해 어군 형성 해역이나 위험 요소 등 각종 조업정보를 수시로 주고받는다. 때문에 통신 중단은 선단의 조업은 물론, 안전에도 치명적이다.

제명 어로장과의 접촉은 물론 대화나 식사도 못하게 '왕따'시킨다. 심지어 같은 선단의 부하 선원에게까지 지시를 따르지 말라고 강요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때문에 동종업계에선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최근엔 어로장 개인에 국한했던 제재 범위를 선단으로까지 확대했다. '선단 제명'을 통해 해당 선단에 취업할 경우, 제명에 준하는 불이익을 주기로 한 것이다.

참다 못한 선주들이 뿔났다. 선주들은 엄연한 영업방해이자, 헌법에서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범법행위라며 법적 대응을 통해서라도 잘못을 바로잡기로 했다.

어로장의 역량은 곧 어획량과 직결되는데 워낙 소수다 보니 대부분 억대 연봉을 받을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 이런 특수성 탓에 어로장 고용주인 선주들조차 연합회의 부당한 요구나 전횡을 쉽게 제지하지 못해왔다.

한 선주는 "그날 조업이 너무 안 돼 더하고 싶어도 연합회 등쌀에 중단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이대로는 사업을 못하겠다고 하소연하는 선주가 한둘이 아니다"고 했다. 선주들은 법률 자문을 거쳐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연합회는 일부 불이익이 조치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잡음 발생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현 회장 등 집행부 전원이 자진 사퇴했으니 새 집행부가 꾸려지면 향후 운영 방향이나 방침이 정리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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