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뷰직] 18. SXSW의 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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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돈, 돈 없이 30년을 지켜온 축제

SXSW가 열리고 있는 오스틴의 거리. 김혜린 제공

많은 축제들은 그만의 스토리가 있다. 그것이 역사가 되고 이야기가 되어 다시 그 축제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이안 감독의 영화 '테이킹 우드스탁'을 보면 우드스탁이 만들어졌던 1969년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게 축제는 그것이 만들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또 하나의 역사를 남기기도 한다. 그러한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관객들은 그 축제를 찾게 되고 그렇게 축제는 여러 사람에게 회자된다. 유럽의 페스티벌이라면 글래스톤버리페스티벌이나 더그레이트이스케이프 같은 록페스티벌, 에든버러페스티벌이나 오리악페스티벌 같은 공연예술페스티벌, 워맥스 같은 마켓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미국으로 시선을 옮긴다면 과거 우드스탁페스티벌의 명성을 이어가는 대표할 만한 것으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가 있지 않을까 한다.

최근 이런 축제를 고민하다 접했던 아주 충격적인 이야기가 있다. 1987년에 시작한 SXSW가 재정적으로 안정된 시기가 2015년이 지나서였다는 점이다. 거의 30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야 재정의 안정성을 확립했다는 것인데, 그 사이 매년 축제를 진행하기 위해서 치렀어야 할 조급함이 눈앞에 선하다.

SXSW는 1987년 음악축제로 시작해 지금은 종합축제로 진행되는데 크게 음악, 컨퍼런스, 전시, 네트워킹으로 분류된다. 주정부의 지원금도 어느 정도 들어가고, 기업의 협찬, 그리고 참가자 혹은 관객들이 축제에 지불하는 비용으로 예산이 구성된다고 한다. 매년 다양한 프로그램이 늘어가고 축제의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 미루어 재정은 이미 오래 전 안정됐다고 판단했었다.

SXSW는 텍사스의 주도 오스틴에서 열린다. 텍사스는 미국의 중남부에 위치한 두 번째로 큰 주로, 1980년대 이후 동부에서 이주한 예술가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뉴욕을 비롯한 동부지역의 지대상승이 그 이유였다고 하는데, 날씨도 더 따뜻하고 지대도 낮았던 텍사스가 예술가들이 살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을 것이다. 텍사스의 주도 오스틴이 대표적인 도시가 됐다. 또한 오스틴은 텍사스대학교가 위치한 곳이라 많은 유학생들이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에서 찾아오는 곳이다. 이곳 출신 예술가들이 오스틴 인근에 퍼져 있는 것도 한몫했다고 한다.

프리랜서 혹은 독립기획자라는 타이틀로 활동을 하다보면 가장 큰 문턱이자 가장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부분이 예산이다. 무언가를 지속해서 해나가려고 해도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부분이 예산인데, 이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정부지원금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기업들이 문화에 관심이 없고, 특히 지역문화 혹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분야에 대해서는 기업의 지원을 얻기가 더욱 어렵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정부의 문화지원 프로그램이 잘 만들어져 있는 편이라 예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물론 정부 지원금은 한시적이라는 큰 한계가 있지만.

지금의 SXSW는 축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주목해야만 하는 축제가 되었다. 그 사이 많은 이들의 노력과 많은 좌절도 있었을 것이다. 추측컨대 1년에 한 번씩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은 돈이었을 텐데, 그것을 헤치고 나와 아직까지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리고 그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졌다는 것에 한 번 더 놀란다. 지역에서 무언가를 생각해냈을 때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역시 돈이다. 하지만 SXSW의 사례를 보면서 좀 더 길고 크게 생각한다면 어떤 가능성이 생기지 않을까 의심을 가지게 되었다. 부산과 오스틴이 무엇이 그리 다를까 고민하면서 말이다. rapindrum@gmail.com


김혜린


뷰직페이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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