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문화는 도시의 품격!] 6. 안전한 보행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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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보행자 25%, 스마트폰에서 눈 안 떼

지난 27일 오후 부산역 앞 횡단보도. 일부 시민들이 휴대전화를 보느라 보행자 정지선을 넘어선 사실도 모르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20대 남성 A 씨는 좀처럼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않는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마찬가지다. 쉴새없이 SNS를 확인하며 걷다 보면 때때로 차량과 부딪힐 뻔하는 아찔한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설마 사고가 나겠어'라는 생각으로 요즘엔 스마트폰을 보며 무단횡단도 서슴지 않는다.

A 씨의 사례가 극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실상을 들춰보면 '스몸비(smombie,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주위를 신경쓰지 않고 걷는 사람)'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보행자 139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행 중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비율은 33%에 달했다. 특히 횡단보도를 건널 때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경우도 25%에 이르렀다.

보행자 1396 명 대상 조사
33%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
인지거리 감소, 사고와 직결

부산 3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559명 중 279명이 보행자


'젊은 사람'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50대 이상 연령층의 47.2%가 길을 걸으며 스마트폰으로 문자를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수치 자체는 다른 연령층보다 낮지만, 2013년 조사 때와 비교할 때 가장 높은 증가세(25%포인트)를 보인 것이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50대 이상 고령자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조작하면 인지거리가 평소보다 80%가량 감소할 정도로 그 위험성이 높다.

보행 중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것은 사망사고와 직결되는 문제다. 교통안전공단 부산경남본부에 따르면 2013~2015년 3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559명 가운데 보행자는 279명으로 전체의 49.9%에 달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의 19.5%보다 배 이상 큰 수치며, 독일(15.5%), 미국(15%), 프랑스(14.7%) 등 교통 선진국보다 현격한 격차가 난다.

보행자 교통사고가 많았던 곳은 금정구 서동 부산은행 금사공단지점 앞 도로(31건), 동래구 명륜동 만해빌딩 앞(26건), 중구 남포동 시장약국~프로애견 앞(24건), 남구 대연동 대연빌딩 앞(23건)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의 보행 문화만 제대로 정착돼도 보행자 교통사고 상당수를 예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교통안전공단 이문영 교수는 "보행할 때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아무리 급해도 '무단횡단은 안 된다'는 의식이 갖춰져야 하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정지선 안으로 들어가 기다리는 습관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 임창식 박사는 "신호등에 초록불이 깜빡거리는 것은 빨리 건너라는 신호가 아니라, 다음 신호를 이용하라는 의미"라며 "무단횡단이나 빨간불에 건너는 보행자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에서 보행자 과실이 점차 커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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