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물창고 전락 신항 배후단지 본래 취지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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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복합 물류거점'을 내건 부산신항 배후단지가 화물창고로 전락하고 있다고 한다. 외국에서 반제품이나 부품을 들여와 조립·가공해서 다시 수출한다는, 배후단지의 고부가화라는 당초 전략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체 계획분의 절반쯤 개발된 부산신항 배후단지(418만㎡)에는 62개 사가 부지 234만㎡(56%)에 입주해 있다. 그중 41개 사가 부지 면적 3만 5000㎡ 미만의 소규모 업체라고 한다. 이런 실정 탓에 고용창출 효과가 2800여 명으로 애초 목표의 절반치 수준이고, 업체끼리 작업료·보관료 덤핑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화물창고 전락은 부산항만공사(BPA)가 조장하거나 방기한 것이다. 입주기업을 무분별하게 늘리는 데만 신경을 썼지 고부가화 전략에 맞는 기업을 유치하지 못한 결과다. 당연히 부산신항 운영 방향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이 있어야 한다. 지난달 처음으로 배후단지에 공장(일본의 목조주택 가공공장)이 들어선 것은 반갑지만, 신항 개항 10여 년 만에 너무 늦게 성사된 것이다. BPA는 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공개경쟁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전환해서라도 고용창출과 고부가화에 걸맞은 물류제조기업을 반드시 입주시킬 수 있어야 한다.

만성적인 적자 기업들을 통합해 적정 규모의 대형화를 유도하는 방안도 있다. 이때도 단순 보관을 넘어 가공·조립 등 다양한 서비스기능 개발과 접목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한다. 항만은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정거장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의 전략 거점이 되어야 한다. 울산·경남 인근 산업단지나 서부산 도시 기능과의 연계 등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항만으로 도약한 로테르담항과 싱가포르항에서 배워야 한다.

부산신항에 대한 다목적 복합 항만전략이 구사돼야 한다. 그런데 여지껏 부산신항의 주요 현안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수리조선단지 추진도 지지부진하고, LNG 급유를 비롯한 선박급유기지 계획도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산신항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정책 의지가 무엇보다 분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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