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준공영제 시장이 칼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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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 10주년을 맞는 부산이 '버스 비리'로 얼룩졌다. 지난해 말 적발된 전국 최대 규모의 채용 비리 사태에 이어 최근 부산의 버스업체 A사 전 대표와 일가족의 수십억대 횡령 의혹(본보 19일 자 1·3면 보도)까지 불거지면서 매년 1000억 원대에 달하는 부산시민의 세금으로 적자를 보전해주는 버스 준공영제 전반에 대한 점검과 개편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행 10년 곳곳 비리·허점
年 1000억 시민 혈세 줄줄
부산시 대대적 쇄신책 제시해야

부산시는 최근 몇 년 새 환승요금 무료, BRT 도입 등 각종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버스 비리'에 묻히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A사 비리 수사를 계기로 세금으로 '영생 기업'을 키워주는 대중교통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버스업계의 대대적 구조조정 혹은 점진적 공영제 시행 등 부산시장이 정책적 의지를 갖고 로드맵을 새로 짜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고질적인 문제가 결국 터지고 말았다는 반응이다. 윤영삼 부경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산시의 표준운송원가 산정 용역팀에 소속된 회계사들이 인건비 등을 제대로 산정하지 못했고, 부산시도 이를 꼼꼼히 검증하지 않아 준공영제의 적폐를 키워왔다"고 지적했다.

막대한 시민의 세금으로 재정지원금을 받는 버스업체에서 부정 채용과 횡령 등 각종 비리가 적발돼도 개별적인 사법 처리 외엔 사업면허 취소와 같은 업체 단위로 부과되는 페널티가 없다는 점도 맹점이다.

부산시가 매년 버스업체 평가로 성과이윤을 차등 지급한다지만, 매년 준공영제로 버스회사에 지급하는 재정지원금에서 성과이윤 배분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2% 안팎으로 미미해 실제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다.

현재 버스 대당 2.43명으로 정산하고 있는 인건비를 실비 정산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진영 부산시의원은 "버스 회사들이 더 많은 이윤을 남기려고 1대에 2.43명의 인건비를 받아가면서도 실제로는 이보다 적은 기사를 채용해 기사들의 노동 강도만 높아지고 있다"면서 "부산시는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이 제도를 고수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전담팀까지 편성해 실비 정산을 하고 있다"며 부산시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10년째인 올해 모든 것을 꺼내놓고 준공영제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부산시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면서도 "문제가 터질 때마다 감추기 바빴던 부산시가 과연 이런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준승 부산시 교통국장은 "사건 관련 사실을 철저히 파악한 뒤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세익·황석하·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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