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산지역 버스업체 대표, 준공영제 악용해 수십억 비리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시내버스 기사 채용 비리의 전모(본보 지난해 12월 13일 자 1·8면 보도 등)가 드러난 뒤 수사의 칼끝이 버스 업계로 향한 가운데, 한 업체가 수십억 원대 비리를 저질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가 매년 1200억 원 안팎의 시민 혈세로 33개 시내버스 업체의 수익을 보전하는 준공영제를 2007년 시행한 이후 제도의 맹점을 교묘히 악용한 업체의 '숨겨진 그림자'가 드러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비리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부산시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비등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 법조계와 시내버스 업계에 따르면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17일 시내버스 업체 A사 전 대표 B 씨를 소환해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A사는 수십 년간 버스를 운행한 지역 중견 업체다. B 씨는 A사의 노조 지부장인 C 씨가 사법처리된 직후인 지난 6월 돌연 영국으로 출국했다가 유력 변호사를 선임한 뒤 경찰과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최근 입국했다.

가족 유령취업 인건비 횡령
유가보조금 뻥튀기 등 혐의
경찰, 부산 업체 대표 소환


경찰은 우선 B 씨가 준공영제를 시행 이후 9~10년 동안 20억 원 이상의 인건비를 빼돌린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이 기간에 자신의 가족과 친인척은 물론 운전기사와 자녀의 외국어 강사 등이 회사에 근무한 것처럼 속이고 1인당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급여와 상여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또 B 씨가 자신의 아내 명의로 된 주유소를 활용해 유가보조금 수억 원을 부풀려 받은 혐의도 포착해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 씨가 A사 소속 버스를 이 주유소에서 급유케 하고 L당 단가를 부풀려 부산시로부터 유가보조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B 씨는 A사의 일부 차고지를 허위로 등재해 주차비 등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인 B 씨는 소환 조사에서 이같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18일 본보 취재진에게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입장을 말하기 이른 단계"라고 말했다.

A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본보 취재진과 만나 "준공영제의 문제는 회사를 방만하게 경영하고 재정지원금을 빼먹어도 부산시와 버스조합, 회사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혈세를 쌈짓돈처럼 써도 버스업체를 제재하지 못하는 버스 준공영제를 반드시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부산시는 최근 경찰이 유가보조금 내역 등 자료를 요청하자 긴급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세익·민소영 기자 ru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