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덱로드 곳곳 썩어간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금정산 일대 곳곳에 설치된 덱로드가 쉽게 부서져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11시께 부산 금정구 금성동 금정산 남문 초소에서 차로 5분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남문 연못. 이곳에는 연못을 둘러싸고 길이 300여m의 나무 덱로드가 조성돼 있다. 수련과 비단잉어가 살고 있어 봄·가을이면 많은 등산객 외에도 학생들이 단체로 현장학습을 오는 곳이다. 하지만 덱로드는 진입부부터 불안해 보였다. 기둥과 바닥에는 이끼와 곰팡이가 가득했고, 난간을 잡으면 삐걱거렸다. 바닥 곳곳은 최근 새 나무조각으로 보수된 모습이었지만, 바로 옆 부분을 발로 몇 번 내려치니 금세 갈라지고 부서져 구멍이 생겼다. 이미 파손돼 구멍이 난 바닥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발 구르니 바닥 갈라져 구멍
기둥은 몇 번 치니 '와자작'
일부 덱, 수목 생장에 방해 
보행 사고에도 땜질 보수만

기둥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범시민금정산보존회 유진철 생태국장이 손으로 몇 번 흔들었더니 썩은 나무가 조각났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기둥을 뽑아낼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유 국장은 "습기가 많고 비가 자주 내리는 여름을 거치면서 덱로드의 나무가 썩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 8월에는 등산객들이 발을 디디면서 바닥이 부서져 발이 빠지는 사고가 수차례 발생해 통행이 금지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부산 금정산 일대 곳곳에 설치된 덱로드가 쉽게 부서져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17일 부산시와 금정구청에 확인한 결과, 2012년 설치된 남문 연못 일대 덱로드에는 매년 한 차례 정도 부정기적 보수작업이 진행돼 왔다. 나무로 만들어져 습기를 차단하기 위해 기름 성분의 특수페인트를 발라주고, 부서진 부분을 새로 메우고 있다는 게 구청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5년 가량 지난 덱로드는 땜질식 보수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았다. 2010년 전후로 이 같은 나무 덱로드가 고당봉과 원효봉 등 금정산 곳곳에 등산로와 산책로, 문화재 탐방로 등에 조금씩 확대, 설치됐다. 내구연한은 통상 15년이지만 아직까지 개·보수 방식이나 교체 시기에 대한 규정은 전무하다.

나무 주위에 설치된 일부 덱은 너무 좁아 나무 생장을 방해하기도 한다.
일부 덱로드는 나무의 생장에도 방해가 된다. 남문고개~공해마을 구간 도로를 따라 인도 형태로 조성된 덱로드가 대표적이다. 수령 40년 이상의 소나무, 참나무, 오리나무 등의 생장을 고려하지 않고 좁게 설치한 탓에 둘레 40~50㎝의 나무 밑동이 덱로드에 꽉 끼어 있었다. 이런 모습은 전 구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글·사진=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