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영화가 가진 변화 힘 믿는다"… 여성감독들 차별에 맞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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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매체로서 영화가 지닌 힘은 무궁무진하다. 사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폭넓은 공감과 변화를 이끌어낸다. 그래서 주류보다 비주류, 남성보다 여성에게 영화는 더욱 소중한 자원이자 무기이다.

아프가니스탄 로야 사다트 감독

7년간 제작 첫 장편 '대통령에게…'
"자국 여성 인권 무너져… 참상 알릴 것"

■여성 인권의 희망

"영화를 통해 변화를 이끌고 싶었다." 작가 지망생이던 로야 사다트(34)가 영화감독의 길을 걷게 된 계기다.

사다트 감독은 "조국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인권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말했다. 긴 전쟁과 내전으로 취약해진 치안과 보수적인 전통이 맞물려 여성의 목숨이 위협받는 일도 빈번하다. 집안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면 가족들이 '전통'의 이름으로 살해하는 일도 잦다.

사다트 감독이 7년에 걸쳐 제작한 첫 장편영화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는 주체적인 여성 소라야가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사다트 감독은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인권 현실을 외부에 알리고 싶었다"며 "지금 젊은 여성 세대를 중심으로 여성 인권 향상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 영화가 그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계 종사자가 적고 치안이 불안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장비도 열악하고, 자금을 지원받을 곳도 부족하다. 이런 환경에서도 사다트 감독은 영화 제작에 대한 열정을 굽히지 않았다. 그녀는 "영화 제작은 나의 삶이다"며 "해외에서는 우리나라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많다.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나 미래를 위해 벌어지고 있는 투쟁들을 영화에 담아 아프간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도네시아 몰리 수리아 감독

여성 주연 복수극 '살인자 말리나…'
"평등한 사회 원한다면 페미니즘 필요"

■페미니즘의 축복


인도네시아의 몰리 수리아(37) 감독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을 제작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영화 제작은 아직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당연히 여성 감독에 대한 시선들도 달갑지 않다.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밝힌 수리아 감독은 "사회가 여성에게 바라는 역할이 출산과 육아로 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젊은 여성 감독의 수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하며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활동하는 여성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사회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평등한 사회를 원한다면 페미니즘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수리아 감독의 세 번째 작품 '살인자 말리나의 4막극'은 여성 주연의 복수극이자 동남아판 서부영화다. 감독은 영화를 "페미니즘의 축복"이라며 "여성이 겪는 역경과 이를 극복해나가는 주인공을 그렸다"고 말했다. 또 "두 여성이 함께 남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의 성생활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기존의 서부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조경건 에디터 multi@busan.com

사진=김다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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