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이야? 예술이야? 철근·시멘트의 대변신
전시장에 들어서면 공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철근이 위아래, 좌우로 웨이브(Wave)를 그리며 관람객을 맞이한다. 벽과 천장을 타고 이어진 철근은 외부의 물리적인 힘에 의해 형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재료 자체의 무게에 의한 중력으로 자연스러운 곡선을 그려내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갤러리 604(부산 중구 중앙동)에서 오는 12월 16일까지 열리는 괴츠 아른트(Goetz Arndt)의 'mechanic of waves'에서는 재료의 물성(物性)을 최대한 살려 시간성(時間性)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는 작가의 설치작품과 조각을 만날 수 있다. 같은 기간 해운대부민병원(부산 해운대구 우동)내 프로젝트 B6에서는 'ebb tide(썰물)'라는 타이틀로 아른트의 다른 작품이 동시에 전시되고 있다.
獨 괴츠 아른트 부산전
브론즈 등 고급 재료 대신
돌 등으로 설치 작품 제작
"부산의 특성 작품에 녹여"
갤러리 604·프로젝트 B6
12월 16일까지 동시 전시
아른트는 1962년 독일에서 태어나 석공(石工)으로 일하다 뒤늦게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해 작가가 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현재 프랑스 국립미술학교인 에꼴 드 보자르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른트는 대리석이나 브론즈 등 흔히 조각 작품에 쓰이는 고급 재료가 아닌 돌과 철근, 시멘트와 스티로폼 등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재료로 작업하는 것이 특징. 그동안 유럽의 공공미술관을 무대로 주로 작품활동을 해온 아른트는 이번에 상업 갤러리에서는 처음 전시를 하게 됐다고 한다.
전시장 1층은 철근과 화강석, 빛이 조화를 이루는 설치 작품이 공간을 채운다. 아른트는 "작품 제작을 위해 이곳을 처음 방문했을 때 복층으로 된 공간의 특성을 살리는 작품을 구상하느라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며 "작품 제작을 위해 한 달 넘게 부산에 머물며 바다와 산, 고층 건물 등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이 도시와 전시공간의 특성을 작품 속에 녹여내려고 했다"고 밝혔다.
'mechanic of waves'. 갤러리 604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