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엔젤] 맹인 소녀와 투명 소년 순수한 첫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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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마음으로 하는 것"

영화 '나의 엔젤' 장면. CGV아트하우스 제공

"널 느끼는 방법을 배울 거야. 예전처럼."

앞을 못 보는 소녀 마들렌과 투명인간 소년 엔젤의 동화 같은 사랑을 그린 영화 '나의 엔젤'이 가을바람과 함께 관객들을 찾아왔다.

모처럼 한국을 찾은 벨기에 작품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소년 엔젤(에레오 롤리치)과 자신을 소리와 체취로 느끼는 이웃집 시각장애인 소녀 마들렌(한나 부드로)의 첫사랑으로 막을 올린다. 마들렌은 눈 수술을 받기 위해 먼 곳으로 떠난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시각장애인 소녀 마들렌(플뢰르 제프리어)은 눈을 고쳐 고향으로 돌아온다. 엔젤(고티에 바투)은 망설임 끝에 투명한 자신을 내보인다. 마들렌은 충격받지만, 자신이 사랑한 것은 엔젤의 외면이 아니라 내면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예전처럼 그를 느끼는 방법을 배울 거라 약속하며 사랑을 맹세하는데….

이 작품은 투명인간을 녹여냈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동안 '할로우맨', '인비저블 보이' 같은 공포나 SF영화 속에서 인물의 포악한 면모를 드러내거나 불가능한 상상을 그리는데 이 소재를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메가폰을 잡은 해리 클레븐 감독은 좀 색다르게 접근했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내면을 바라보는 순수한 사랑이 가능하다는 로맨스로 그려낸 것. 영화의 줄거리가 평범하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유이다.

투명인간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장치들도 돋보인다. 발자국, 눌린 베개, 허공에 뜬 우산 등 시각적 효과는 물론 발소리, 숨소리, 피부 마찰음을 위해 붓을 이용한 아이디어도 감탄을 자아낸다.

촬영 역시 눈길을 끈다. 흔히 들고 찍기라는 '핸드헬드 기법'으로 주인공들의 떨리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것. 이는 공포물이나 스릴러에서나 볼 수 있던 기법인데 로맨스에서 적용돼 흥미롭게 다가온다. 마들렌과 엔젤이 서로를 바라보며 나란히 누울 때 카메라 역시 함께 뉘어진다. 또 첫사랑 소녀를 아주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소년의 눈은 관객들의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그런가하면 눈부신 햇빛 아래나 반투명 커튼 뒤 마들렌의 실루엣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유럽 작품이기 때문일까. 사랑을 나누는 둘의 대사가 한국영화나 할리우드에 비해 감미롭게 다가온다. 두 주인공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네 소리가 나고 네 향기가 나", "네가 처음이자 유일하게 내가 존재한다고 느끼게 해 준 사람이야" 등 귀엣말로 속삭이는 대사는 마치 진정한 사랑을 찾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이다. 12일 개봉. BS투데이 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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