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반란, 액티브 에이징] 5. 삼삼오오, 모이면 힘이 된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머리 맞댄 30~50대 "행복한 노후 해법, 수다 떨며 찾아요"

'자유롭고 편안하게 수다'를 떨면서 즐거운 노후를 작당하려는 '삼삼오오'의 첫 모임이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움에서 열렸다. 삼삼오오 제공

'삼삼오오 in 부산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다가오는 노후를 즐겁게 살기 위한 당신의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지난여름 페이스북엔 이런 초대장 하나가 떴다. '노후를 즐겁게 보낼 노하우'를 '편안한 수다로 나눠 보자'는 제안. 노후는 은퇴를 앞둔 사람들만의 걱정은 아니다. '즐거운 노후'라는 단어가 마음에 꽂힌 20여 명이 속속 참가하겠다는 댓글을 달았다.

'노후 노하우 공유' 페북 제안 통해
전국 33~55세 18명 부산서 회동

다양한 직업·경력·철학의 참가자
취미 등 공통 관심사 편안히 나눠

"수다 속에 위로 받고 노후상 모색"
모임 정례화하고 전국 단위 확대

온라인의 뜨거운 지지에 힘입어 열린 첫 오프라인 모임 역시 대성공. 지난 9월 13일 저녁 동래구 명륜동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움에서 열린 '삼삼오오' 첫 모임에는 공무원, 마을 활동가, 연극인, 도예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33세부터 55세까지 18명이 참가했다. 이해 관계없이 만난 사람들은 웃고 떠들면서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했다.

모임 제안자 류기정(46·예술강사지원센터장) 씨는 "어떤 형식이나 틀 없이 노후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나누다 보면 길을 찾을 수도 있겠다 싶어 편안한 자리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모임의 콘셉트는 '힘을 빼고 편안한 수다를 나누자'는 것. 안 그래도 바쁜 삶엔 늘 위안이 필요한 데 지향점을 가진 모임은 피로도가 높기 때문이다. 류 씨는 "서울 50+재단과 50+캠퍼스가 서울시가 나서 '즐거운 노후'를 기획한 것이었다면 '삼삼오오'는 이름처럼 삼삼오오 자생적으로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자연스럽게 노후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모임의 대상 연령대는 '삼삼오오'에서 따와 33세부터 55세까지가 됐다. 류 씨는 "모임을 제안하긴 했지만 모두가 주인인 모임이고 그래서 대표도 없다"고 말했다.

■'삼삼오오' 걱정은 나누고 힘은 키우다

테이블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참가자들.
김하나(32·여) 씨는 "경로당에서 미술교육을 했던 경험이 있는 데 그때 70, 80대 어르신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예쁘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며 "우리 또래가 나이 들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즐겁게 나이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 위해 모임에 참가하게 됐다"고 했다.

김주영(39·여) 씨도 "페북 제안에 이렇게 호응을 보인 건 다들 노후를 걱정하며 산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 참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30대부터 50대까지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적당한 나이인 듯하다"고도 덧붙였다.

SNS는 부산뿐 아니라 서울, 대전 등지 참가자도 불러 보았다. 대전에서 온 참가자는 대전의 명물 성심당 튀김소보로를 잔뜩 사가지고 와 김밥, 샌드위치, 커피가 차려진 테이블 차림을 더 풍성하게 했다.

다양한 직업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 몰랐던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도 컸다. 텃밭 가꾸기에 관심이 많았던 김은숙(47·여·스페이스 움 대표) 씨는 대전에서 블루베리 농장을 운영하는 최선희 씨의 농작물 키우는 노하우를 즉석 공유하기도 했다.

김주영 씨는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때 느끼는 자유로움을 경험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며 "뭘 해야 한다는 강박이 없으니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이 편안함 속에서 뭔가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고 기대했다.

■시작은 미약해도 끝은 창대하리니

김은숙 씨도 "인생 후반전에 대한 이야기를 심각하지 않게 가볍게 한다는 데 크게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그는 "모임은 이제 시작이지만 공통 관심사가 일과 연결되고, 취미 생활이 차츰 업이 될 수 있을 듯한 심상치 않은 예감이 든다"고 했다.

모임 회원들의 거주지가 다양한 건 그들 중 몇몇 인연이 지난 2011년 서울 희망제작소 모금전문가학교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모금전문가학교는 비영리단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안정적인 재정 확보를 위한 모금 전문인력 양성 과정. 이 과정을 이수했던 수강생 중 5~6명이 이후에도 친분을 쌓아오다가 류 씨의 제안에 기꺼이 모였다.

'삼삼오오'는 첫 모임을 시작으로 매달 한 번씩 정기 모임을 할 예정이다. 그들의 사랑방 역할은 스페이스 움이 하게 된다. 류 씨는 "지역 내 커뮤니티 공간을 좀 더 활성화시킨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삼삼오오 두 번째 모임은 이달 중 열린다. 함께 모여 새로운 가능성을 키워가는 자유로운 연대. 삼삼오오는 1만 원 회비로 만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새로운 만남'이기도 하다. 두 번째 모임부터는 주제를 정해 삼삼오오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삼삼오오는 부산뿐 아니라 울산, 대전 모임 등 전국 지역 모임도 곧 만들어진다. 올 연말께는 이 지역 모임이 한자리에 모이는 전국 연합 모임도 열 예정이다.

류 씨는 "어떤 날은 회의 일정만 세 개나 되는 늘 쫓기는 삶이 싫어서 이 모임을 통해 편한 마음으로 수다를 떨면서 위로 받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게 편안한 수다가 쌓이면 즐거운 노후의 윤곽도 서서히 그려질 것이다. "카테고리 별로 나뉜 팀별 프로젝트가 속속 결실을 맺을 듯한 예감."(김은숙 스페이스 움 대표) 그들의 예감은 왠지 틀리지 않을 듯하다.

강승아 선임기자 se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