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발견 안 된 '외래 붉은불개미' 논란 여전] "여왕개미 땅속 숨었을 가능성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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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개미'로 불리는 붉은불개미. 부산일보 DB

지난 9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부산항 일대에 외래 붉은불개미가 더 이상 없다는 결론(본보 10일 자 8면 등 보도)을 냈지만 전문가, SNS 등을 중심으로 '살인 개미'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방역당국과 달리 전문가들 사이에서 여왕개미가 땅 속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은 물론 '공주개미'의 번식 가능성까지 터져나오면서 불개미에 대한 우려와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수십 ㎞ 날 수 있는데…"
"내년 봄 활동시기 걱정"
전문가들도 의견 분분

추가 유입 위험성 지적
살상력 과장됐다 얘기도

■죽었나? 땅속으로 들어갔나?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달 28일 붉은불개미 발견 직후 11일간 3번의 정밀 조사를 부산항 일대에서 실시했다. 하지만 방역 과정에서 불개미 번식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여왕개미' 사체를 확인하지 못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160여 개의 트랩에서 여왕개미가 발견되지 않은 점, 개미집의 크기로 봤을 때 생존 가능성이 낮아 추가 불개미 발견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10일 낮 12시부터 부산항 모든 컨테이너를 소독 없이 반출하기로 했다

현장 조사에 참여한 류동표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는 "무기가 없는 여왕개미가 혼자 돌아다니다가 다른 곤충이나 쥐, 새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면서 "최초 발견된 개미집을 사람이 건드렸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가 죽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여왕개미가 땅속으로 들어갔을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역 과정에서 트랩을 깔고 땅을 파면서 자극을 받은 불개미들이 땅속 깊은 곳에 은둔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병진 원광대 명예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왕개미는 날개가 있어 수십 ㎞를 날 수 있고 그에 따라 바람을 타고 날았거나 땅 밑으로 들어갔을 수 있다"며 "사체가 발견되지 않은 이상 방역이 성공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공주 개미의 역습, 추가 유입 가능성

전문가들은 여왕개미가 대를 잇기 위해 번식한 '공주개미'들이 각자의 군락을 이뤄 번식을 시작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여왕개미가 올해 여름을 부산항에서 보냈다면 여왕개미가 낳은 공주개미들이 수개미들과 번식해 여러 군락이 형성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발견된 1000마리의 개미떼 군락이 공주개미의 군락이라면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또한 개미들이 비행 과정에서 교미를 하는 특성상 부산항 밖으로 지난 여름부터 날아갔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 교수는 "부산항 인근 야산에 군락을 이뤘다면 8~10㎜의 크기의 여왕개미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날이 추워져 수십m 땅속으로 들어갔을 것이고 내년 봄 개미 활동 시기가 되면 퍼져나가면 방역은 사실상 포기해야 할 것이다"고 경고했다.

앞으로 다른 곳에서 추가 불개미가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농림축산검역본부 제출 자료를 인용해 "붉은불개미가 유입될 위험도가 높은 흙 묻은 선박운송 컨테이너가 전체의 31%에 달한다"고 밝혔다. 부산항에 들어오는 컨테이너 10개 중 3개꼴로 붉은불개미를 싣고 오는 컨테이너 일 위험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물리면 진짜 죽나?

살인 개미라 불리는 불개미에 대한 위험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불개미의 살상력이 과장됐다는 입장을 10일 브리핑에서 처음 공식화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 8월 불개미로 한 해 8만 명이 쏘이고 100명 정도가 북미에서 숨졌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고 종전의 입장을 번복했다. 지난 8월 붉은불개미에 대한 자료를 내면서 "북미에서는 한해 8만 명이 붉은불개미에 쏘이고 매년 100명 정도가 사망한다"고 밝힌 것과는 상반된 입장이다.

불개미의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주장은 부산항 현장 점검을 한 전문가 집단에서 제기됐다. 현장조사단으로 참여한 류 교수는 "사람이 꿀벌에 쏘였을 때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1이라고 가정하면 붉은불개미의 독은 0.2 이하"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류 교수는 감만부두에서 붉은불개미가 발견됐을 때 조사에 참여해 직접 개미집에 손을 넣고 일부러 쏘이기도 했다. 류 교수는 "아무런 증상도 없었고 손에 물린 흔적만 있었다"고 말했다. 김덕준·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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