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뉴스&맨] 김병철 ㈜에이비엠그린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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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정신으로 기술 혁신, 남극까지 개척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의 ㈜에이비엠그린텍 대표 사무실에서 김병철 대표가 태양광 패널에 특화된 회사 기술력을 설명하고 있다.

IT를 비롯한 제조업에선 기술 혁신을 통해 파격적인 제품이 등장하고, 단기간에 시장의 구도를 바꾸는 일이 종종 있다.

건설업계에선 이런 일이 매우 드물어, 기술 혁신은 건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인맥을 동원한 하청 수주와 경비 절감 능력 등 기술 외적인 것이 중시되는 풍토도 있다.

지붕패널 전문기업으로 시작
2003년 일체형 패널 개발
시장 변화 주도 500억대 매출

2006년 태양광 사업 본격화
세종기지 적용 기술력 인정
200억대 매출 실적 '자랑'


"수백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력 덕택이었습니다. 계속된 실패 속에서도 획기적인 기술을 만들겠다는 신념을 잃지 않았죠."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 본사를 둔 ㈜에이비엠그린텍은 지역 클린에너지 분야의 대표 기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김병철 대표가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이 회사는 건설 분야에 뿌리를 두고 성장했다. 건설 분야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바닥을 다진 뒤 성공적으로 외연을 확장한 경우라고 말할 수 있다.

1992년 에이비엠그린텍은 지붕 패널 전문기업을 표방하며 설립됐다. 건물에 필요한 패널 형태의 지붕을 만들고 시공하는 게 주업무였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직원 10명 내외 연 매출 10억 원 안팎의 작은 회사에 머물렀다. 지붕 패널 업계의 후발주자이다 보니 성장보다 생존 문제가 더 큰 고민이었다고 한다. 다만 그런 시기에도 기술 개발에 전력투구했다는 게 다른 기업과의 차이였다.

대기업 연구소 출신의 김 대표는 "새로운 지붕 패널을 만드는 데 몇 명 안 되는 직원 모두가 매달렸다"며 "테스트 과정에 지붕이 무너지는 일도 있었다. 신기술 개발에 여러 차례 실패도 했다"고 회상했다.

2003년 즈음 큰 변화가 찾아왔다. 지금까지의 국내 지붕 패널은 여러 겹의 코팅과 조립 과정으로 완성되는데, 한 번에 설치 가능한 일체형 패널을 개발한 것이다. 안전성도 뛰어났고 무엇보다 시공 기간이 획기적으로 짧아졌다.

시장 변화를 주도하는 혁신 기술이었다. 수주와 계약이 쏟아졌고, 단번에 회사의 매출은 300억 원 가까이 뛰어올랐다. 벡스코 지붕 패널과 부산 신항 창고 대부분이 에이비엠그린텍의 작품이다.

혁신 기술을 통한 '비철금속 아치패널 분야의 전국 1위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회사는 곧 새로운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6년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등록하고 태양광 사업을 본격화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지구 환경을 지키는 의미 있는 도전인 데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분야이기도 하다. 문제는 후발주자로서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였다.

김 대표는 "유럽의 태양광 회사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되레 자신감이 생겼다"며 "그 회사들은 태양광만 알지만 우리는 건축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시장에 더 잘 맞는 기술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현재 회사의 500억 원대 매출 중 200억 원 이상이 태양광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게다가 태양광 수요가 늘면서 매출 상승폭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덮는 기존 방식 대신 태양광 자체가 내재된 지붕을 만드는 기술이 인기라고 한다. 미관 개선 효과가 뛰어나고, 패널이 떨어질 일이 없어 내구성이 상당하다. 강풍이 부는 남극의 세종기지에도 적용된 기술이다. 이 밖에도 태양광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 정보통신 및 사물인터넷과의 융합기술도 상당히 축적했다.

물론 건설 분야에서 기술 개발로 승부를 겨룬다는 건 위험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에이비엠그린텍이 성공한 것을 보면, 어떤 분야이든 기술 혁신의 과실은 도전정신을 갖춘 기업의 몫이라는 건 분명하다.

김 대표는 "100여 명의 직원 중 10% 이상이 연구인력이다. 기술력이 우리 회사의 핵심이다"며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신시장 개척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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