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계부채 대책 강화 전망] 가계부채 1400조, 부동산시장 흔들 뇌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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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올해 1400조 원을 넘기면서 정부가 이달 중 가계부채 관리 및 부동산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DTI 기준 강화 및 DSR 도입을 통해 가파른 가계부채 증가세를 안정화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부산일보DB

한국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가장 큰 '뇌관'은 무엇일까.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어떤 요소보다 1400조 원을 넘어선 한국의 가계부채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2월 1200조 원을 돌파했던 한국의 가계부채는 8개월 만인 2016년 10월 1300조 원을 넘어섰고, 어느새 1400조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가계부채 규모가 처음으로 1500조 원을 넘어서는 시기도 멀지 않았다는 '위기감'도 금융권에서는 제기하고 있다.

가계부채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주택담보대출이다. 빚을 내 주택이나 분양권을 구입하는 경우는 이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부동산 투자 방식이다. 잇따른 금리 인하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많이 낮아지면서 주택담보 대출자들의 부담도 줄어들었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다주택자의 주택 구입을 제한하기 위한 추가 대책을 이달 중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추가 대책 발표와 별개로 미국이 올해 중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라 가계부채는 하반기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을 뒤흔들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자 3명 중 1명 주택담보 활용
다주택자 평균 2억 2000만 원 빚

정부, 한층 강화된 대출 요건 추진
美 금리 추가 인상도 가계부채 압박
상환 부담 커져 급매물 쏟아질 수도

■대출자 3명 중 1명은 집 사려 빚내


정세균 국회의장실은 9일 한국의 가계부채 총액과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정 의장실은 신용정보회사 나이스(NICE)의 평가정보를 토대로 국내 가계부채의 실태를 분석했다.

정 의장실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국내 가계부채 총액은 1439조 원이다. 조사 결과 1439조 원을 빌려 쓴 국내 인구는 총 1857만 명으로, 국민 1인당 7747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출자 1857만 명 중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해 돈을 빌린 사람은 622만 명이었다. 전체 대출자 3명 중 1명은 주택담보대출자인 셈이다. 주택담보대출을 통한 총대출액은 938조 원으로, 전체 대출금액(1439조 원)의 65%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인으로 지목돼 온 다주택자(2주택 이상 보유자)들의 주택담보대출 규모도 드러났다. 조사 결과 전체 주택담보대출 보유자(622만 명) 중 2건 이상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5명 중 1명꼴인 132만 930명(21.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건 이상 보유하고 있는 사람도 전체의 5%인 31만 명에 이르고 있다.

주택 한 채에 1건의 주택담보대출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빚을 내 집을 산 사람 5명 중 1명은 다주택자인 셈이다. 2건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갖고 있는 대출자의 1인당 평균 부채 규모는 2억 2094만 원이었고, 이들은 매년 2755만 원의 원리금(원금+이자)을 상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40대(32.9%)와 50대(29.9%)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연간 소득은 3000만 원 이상 ~6000만 원 이하가 60.8%로 가장 많았다. 이들의 신용 등급은 1~3등급이 75.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DSR 도입 본격화 땐 파장 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부채의 급속한 증가를 막기 위해 현재 적용하고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강화된 새 DTI를 조만간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가이드라인 역시 발표하고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한다는 목표다.

새로 시행되는 DTI는 신규 대출은 물론 기존 담보대출의 원금과 이자까지 더해 상환액 총액을 산정한다. 이 경우 대출 가능한 금액이 줄거나 대출 자체가 어려운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금융권이 주목하는 기준은 DSR 도입이다. DSR는 연간 추정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추정 소득 금액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DSR가 100%를 넘어서면 연간 벌어들인 돈을 모두 원리금 상환에 쏟아부어도 갚아야 할 원리금이 남는 것을 의미한다. DSR는 주택담보대출뿐만 아니라 자동차, 신용대출, 마이너스대출 등의 모든 금융권 대출이 개인 가능 대출 내용에 포함된다.

DSR가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으로 활용 중인 DTI와 LTV를 대체하게 될 경우 주택담보대출 가능 금액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실에 따르면 2주택자 이상 주택담보대출 보유자의 DSR는 62.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건 이상 보유자의 DSR는 80.2%로 치솟았다.

■금리 추가 인상 땐 가계 부담 불가피

하반기 한국의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는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올해 12월께 현재 1.25~1.5%인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에선 올 12월 금리를 추가 인상할 확률이 70.5%라고 예상하고 있다. 미국이 12월에 기준금리를 1.5%로 올리면 한국(1.25%)과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도 고려해야 하지만, 국내 경기와 물가의 경로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현실화될 경우 일부 외화 자산의 국내 유출 확산에 따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기준 금리는 가계부채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주택담보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경우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받는다. 빚을 갚지 못한 급매물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도 커진다.

금융 업계와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효과적인 자산 투자를 위해서는 강화되는 가계부채 대책과 대출 기준 등에 대비해 각 개인의 자금 흐름을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해 원금과 이자는 얼마인지, 금리 변동 주기는 어떤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부동산 투자가 필요할 경우 대응할 수 있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정부가 가계부채 확대를 막기 위해 각종 대책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갭 투자(전·월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투자 방식) 등 무리한 주택담보대출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자신의 자금 흐름을 만들어두는 것이 첫 번째 대응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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