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돈다, 추억의 롤러] 롤러스케이트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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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스케이트보다 인라인이 더 재밌다'는 초등학생 설지우(오른쪽) 양이지만 왕년의 경험으로 롤러스케이트에 더 편안함을 느끼는 엄마 최주희 씨와 함께 '롤러라인' 실내 롤러스케이트장을 찾아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롤러장(롤러스케이트장) 오랜만이지! 아니, 처음이라고?'

복고 열풍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현대 정보기술(IT)을 업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1980~90년대를 풍미하다 한순간에 사라졌던 롤러장도 그중 하나. 청장년층에겐 추억, 그들의 자녀들에겐 새로움으로 다가서고 있다고 해서 '추억의 롤러장'을 찾아 나섰다. 현재 부산에서 영업 중인 실내 롤러스케이트장은 세 곳. 모두 올해 개장했다. 남포동에선 또 한 곳이 연내 개점을 목표로 인테리어 공사 중이다. 부산롤러스포츠연맹 관계자의 추천을 받아서 그중 한 곳을 방문했다.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대역 앞에 위치한 '롤러라인'(대표 배성환·41)을 찾아간 날은 추석 연휴가 막 시작되던 주말 오후여서 가족 단위 방문자도 많이 보였다. '구세대'인 기자 역시 실감 나는 기사를 위해 오랜만에 롤러스케이트를 탔다.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면서.

1980~90년대 유행한 '롤러장'
카페·클럽처럼 세련된 변신
남녀노소 모두 즐거운 레포츠

'추억의 롤러장' 화려한 변신

롤러라인 배 대표가 건네준 롤러스케이트와 보호 장비를 하고 트랙 안으로 들어서는데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도대체 몇 년 만에 신어 보는 네 바퀴 롤러스케이트인가 싶어서였다. 부산의 중년이라면 대부분 기억한다는 자갈치 '신천지롤러장'이나 서면 '비둘기롤러장' 출신은 아니지만 올리비아 뉴턴 존의 노래 '피지컬(Physical)'을 기억하는 세대라면 전국 어디서든 비슷한 경험을 했을 테니 말이다.

달리는 자세는 금방 나오지 않았다. '벽 잡고 엉거주춤' 하는 일정 시간을 보낸 후에야 겨우 트랙을 따라서 돌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무릎과 발목 사이 종아리 부위가 땅기기 시작했다. 스케이트를 타다 보면 허벅지와 엉덩이가 탄탄해지고 밸런스가 좋아진다고 하는데 넘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다 보니 엉덩이가 자꾸만 뒤로 빠진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추억 놀이'를 즐기다가 힘이 들어서 트랙 바깥의 카페테리아처럼 꾸며진 좌석에 앉아서 사람들을 지켜봤다. 완전 초보는 안전바를 잡고 걸었고, 겨우 걸음마를 면한 이들은 맨 안쪽 라인에서 탔으며, 어느 정도 실력이 되는 사람은 바깥 라인을 따라서 시계 방향으로 돌고 있었다. 그건 예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었다. 단지 체육관 같았던 실내는 각종 조명이 들어오면서 카페나 클럽처럼 화려해졌고, 인테리어도 세련돼졌다. 매점 역시 그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스낵과 커피, 음료수를 취급하는 카페테리아로 변신했다.

트랙 안에서도 남녀노소 구분 없이 세대를 초월해 삼삼오오 어울렸다. 분명 롤러장은 처음인 것 같은 초중고생들도 의외로 적응은 빨라 보였다. 배 대표 말로는 바퀴 달린 신발 '힐리스'와 인라인스케이트, 롤러블레이드를 경험한 세대여서 기성세대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기차놀이를 즐기는 여학생들 모습.
초등학생이나 남자 중고등학생 무리는 잡기 놀이나 스피드 경쟁을 했다. 때때로 멈춰 서서 온갖 포즈로 사진을 찍거나 기차놀이를 즐기는 이들은 여중고생과 여대생이었다. '썸' 타는 청춘 남녀인 듯 두 손을 잡았다 놓았다 하면서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도 목격됐다. 롤러스케이트를 좀 탄다는 사람은 뒤로 가기, 옆으로 가기, 회전하기 등 묘기를 부리며 앞사람을 추월해 다른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평일 저녁엔 직장을 마친 동호인이 많이 찾고 있다고 배 대표가 귀띔했다.

세대는 달라도 다 함께 즐기는 레포츠

한때 탈선의 온상으로 규제 대상이었던 그때 그 모습의 롤러장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생경할 수도 있었다. 실제, 어떤 아빠는 먼저 와서 롤러장 분위기를 살핀 뒤 자녀를 데리고 왔다고 고백했다.

두 아들 조태빈(장전초등 4년)·민수(7) 군을 데리고 롤러장을 찾은 김혜영(30) 씨는 "가족이 다 함께 즐기는 운동으론 '딱'인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씨는 특히 "요즘 아이들은 놀 공간도 부족하고, 집에 있으면 휴대폰이나 만지작거릴 텐데 싶어서 주말이면 찾는데 여기서 놀고 가면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아이들 기분도 좋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빠 박원영(37) 씨와 함께 롤러장을 찾은 혜민(동현초등 3년) 양은 "아빠가 롤러스케이트도 가르쳐 주고 함께 있어서 좋다"고 전했다. 또 다른 초등학생 설지우(동래초등 2년) 양은 "속도감이 나는 인라인이 더 재밌다"고 말한 반면 30대 후반의 엄마 최주희 씨는 "어릴 때 타 본 경험이 있는 롤러스케이트가 아무래도 편하다"면서 즐겁게 웃었다. 여중생 김민서·이승진·김현정(이상 거제여중 2년) 양은 "인라인도 재밌지만 롤러스케이트가 더 움직임이 많은 것 같고 일단 새로운 것이어서 신기하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롤러라인 배 대표도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사 준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놀았던 추억이 있다. 자신 역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레포츠를 찾다가 지금의 롤러장을 열게 됐다.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과 4세인 유치원생 딸은 1주일에 한 번 정도 이곳을 찾고 있단다.
롤러스케이트를 타다가 카메라 앞에서 브이(V)자를 그리면서 사진 포즈를 취하는 여학생들 모습. 이재찬 기자
롤러라인 개장 초기엔 디제이박스도 운영했다. 하지만 다들 스케이트 타는 데 집중하느라 음악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아서 현재 쉬고 있다. 그래도 입장한 고객층을 봐 가면서 선곡도 달리하고, 신청곡이 있으면 틀어 주기도 한다. 기자가 트랙 안에 들어섰을 땐 조이의 '터치바이터치(Touch by touch)'로 음악을 바꿔 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주말 방문객은 평균 200~300명. 지난 여름방학에는 가장 많았을 땐 하루에 1000명이 든 적도 있었다고.

부산 서구청 우기석 롤러스케이트 감독은 "롤러스케이트는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주부·학생 등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레저스포츠며 특히 성장기 어린이 키 크는 데나 관절이 좋지 않은 분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장점을 소개했다.

부산 롤러장 어떤 곳 있나

현재 부산에서 영업 중인 실내 롤러스케이트장은 세 곳이다.

△롤러라인(051-583-1190·금정구 장전온천천로51 테라스파크 2층)=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주말과 공휴일엔 오전 10시 개장). 연중무휴. 2시간 기준 이용 요금은 초등학생까지 8000원, 성인 1만 원. 요금에 헬멧 등 보호 장비 일체와 스케이트 대화료 포함하고 로커도 무료 이용. 미국산 시카고 롤러스케이트 170~290㎜ 보유. 메인 트랙. 에폭시 바닥. 2017년 7월 개장.

△동부산롤러파크(051-723-0222·기장군 기장읍 기장해안로114 동부프라자 5층)=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9시 30분(7시 30분 입장 마감). 매주 월요일 쉼. 2시간 기준 초등학생 8000원, 중고생·일반인 1만 원. 국산 롤러스케이트 190~290㎜ 보유. 아동용 트랙과 메인 트랙. 우레탄 바닥. 2017년 5월 개장.

△롤스실내롤러스케이트장(051-302-2487·사상구 사상로363 5층)=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연중무휴. 2시간 기준 초등학생 8000원, 성인 1만 원. 수입 롤러스케이트 190~290㎜ 보유. 초보자 전용 트랙과 대형 트랙. 에폭시 바닥. 2017년 9월 개장.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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