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한가위-부산 카페 투어] 커피? 정취?… 둘 다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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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F1963

단기 방학만큼 긴 추석 연휴에 돌입했다. 어떻게 하면 잘 놀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남들처럼 해외여행 계획이라도 세워둘 걸 그랬나…. 대책 없이 연휴와 맞닥뜨린 당신을 위해 최고의 핫플레이스, 부산 카페 투어를 준비했다. 휴식과 함께 삶에 자극이 될 영감도 받아올 수 있는 곳이다. 이번 연휴 주변 관광지와 묶어 카페 여행을 추천한다.

'테라로사'- 책향기 더해진 'F1963 커피 핫플'

가족과 함께 가볼 넘버원 카페로 '테라로사'를 추천한다. 시원하게 쭉 뻗은 맹종죽 대나무숲 길을 지나면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F1963이 나타난다. 고려제강 수영공장에 전국 최대 규모 매장으로 문을 연 테라로사는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장소가 되었다. 게다가 테라로사 바로 옆에 국내 최대 500평 규모의 중고도서 서점인 YES24@F1963이 최근 새로 문을 열었다. 서점이라기보다 도서관, 혹은 전시장 같다. 20만 권의 장서, '책의 숲'에 기분 좋게 압도된다. 천천히 둘러보다 맘에 드는 책 한 권 빼 들고, 커피를 시켜 자리에 앉았다.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었다. '책으로 놀자'는 말이 실감 난다. 아이들을 책과 친구가 되도록 만들어줄 멋진 공간이다. 책을 읽다 지칠 때쯤 중정에 나가 흙을 밟고, 하늘을 보고, 바람을 느껴도 좋겠다.

역시 최근에 문을 연 널찍한 '뜰과 숲 원예점', 물이 오른 '프라하993' 체코맥줏집도 함께 들를만하다.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본 매장 휴무 없음, 예스24 4일 휴무. 부산 수영구 구락로123번길 20(망미동). 전화 없음.

'빈스톡'- 송도 휘감는 '강배전 커피' 향기
부산 최초의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은 요즘 주말이 되면 해상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몰려드는 사람들로 시장통을 방불케 한다. 야경은 더 멋지다. 멀리서 느리게 움직이는 케이블카 불빛의 행렬은 애니메이션 같다. 조명이 들어온 철탑은 크리스마스트리 같고…. 기왕 송도까지 갔다면 '빈스톡'에 들러 강배전 커피의 진수를 맛보고 오라고 권한다. 박윤혁 대표는 커피 장인으로 통한다. 1996년 커피점을 시작해 올해로 21년째. 줄곧 울산 삼산동에서 카페를 하다 2015년 11월 송도에 자리 잡았다. 박 대표는 커피 생두를 바짝 볶는 '강배전'(다크 로스팅)의 대가.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강렬한 강배전 커피를 추구합니다. 맛과 타협하지 않습니다. 첫 느낌은 기분 좋은 쓴맛, 강한 향, 마지막엔 풍부한 바디감과 단맛, 그리고 입안 가득 계속 이어지는 긴 여운을 느껴보세요'라고 붙여놓았다. 그가 강배전 예멘 커피를 융드립으로 내려주었다. 마실 땐 잘 몰랐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입안에 계속 잔향이 맴돌아 놀랄 정도였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휴무 없음. 부산 서구 암남공원로 56. 051-243-1239.

'초량 845'- 산복도로 명소 한 군데 더 추가요
'카페 초량'이 레스토랑 '초량 845'를 품으며 추석을 앞두고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카페 초량은 1941년에 지어진 적산가옥을 리모델링해 운치가 있다. 그 앞에 공장 건물을 개조한 하얀색 레스토랑 '초량 845'까지 최근 매력을 더했다. 황보찬 대표는 부산대 앞에서 가정식 식당 '소반 봄'을 하던 박민영 대표와 협업을 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산복도로 외진 곳에 위치한 200평 규모 레스토랑에 놀라서 입이 벌어질 지경이다. 어떻게 알았을까. 벌써부터 사람들이 몰리며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다. 초량 845는 테이블 간격이 널찍해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다. 메뉴는 오일파스타와 돼지안심롤(1만 3500원) 2종류인데, 2주마다 바꾼단다. 음식이 깔끔하고 맛도 좋다. 지하에는 전시공간 등이 들어올 예정. 박 대표는 곧 요리 스튜디오도 열 계획이다. 황 대표는 "지하 전시공간에서 구경하고, 식사하고, 초량 카페에서 차도 마시며 반나절 정도 놀다가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3일 휴무. 부산 동구 망양로533번길 8(초량동). 051-465-0845.

'더팜471'- 금정산 숲에서 범종 소리 들으며…
범어사 입구를 지나 내리막 굽은 길을 돌았다. 피크닉 카페 '더팜471'에 가는 길이다. 녹색의 숲길을 기분 좋게 걷는다. 잠깐. 범어사에서 범종 치는 소리가 청아하게 들린다. 농장 입구에서는 코스모스가 한들거린다. 나무 화살표를 따라 시골길을 잠깐 걸어 들어갔다. 빨간색 건물 더팜은 경사지에 길쭉하게 앉았다. 실내에 앉아 풍경화 같은 야외를 바라볼까, 야외에 앉아 신선한 바람을 맞을까. 어디선가 너무 진하지 않은 향기가 난다고 했다. 금목서가 꽃을 피웠다. 야생 새끼 고양이들이 자기 집 마당처럼 자연스럽게 논다. 속세와 멀어진 느낌은 범어사와 가까워서일까. 엘올리브와 캐비넷을 만든 고성호 PDM파트너스 대표가 설계했다. 카페 앞에서 밀짚모자를 쓰고 밭일에 열심인 농부가 더팜 이용희 대표다. 새로 녹차 밭을 조성 중이란다. 푸른 녹차밭이 펼쳐지고, 직접 재배한 녹차를 마실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바다와 또 다른 매력의 힐링 카페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4일 휴무. 부산 금정구 하마2길 28-17(청룡동). 051-518-3355.

'신기산업'- '영도의 별다방' 여심 저격 딱이네
'신기산업'은 스타벅스 하나 없는 영도를 카페 투어 성지로 만든 장본인이다. 제조업체 신기산업은 당초에 새 사옥 용도로 카페를 열었다. 결과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엄청나게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신기산업은 장식용 종과 방울 생산으로 출발한 캐릭터 상품 생산 업체다. 공장을 인근으로 옮기며 창고로 쓰던 땅에 사옥 겸 카페를 지었다. 철을 다루는 자신의 정체성, 부산항의 역사를 고려해 컨테이너를 활용했다. 2~4층 공간 중 4층 일부에 사무실을 넣고 나머지 공간은 옥상까지 카페로 활용했다. 5층 루프탑에서 내려다보는 원도심과 바다 풍경은 환상적이다. 루프탑은 편하게 나뒹굴 만한 넓은 소파 공간과 나란히 앉아 부산항 대교와 바다를 내려다보는 자리로 구성됐다. 최근 지하 1층에 '삼에이일칠(3A17)'이라고 부르는 공간을 새로 열었다. 뒤집으면 LIVE가 되니 아마도 역발상의 의미 같다. '장미의 방'이라고 부를 만큼 지천으로 장미를 장식해 여심을 저격한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1시. 3,4일 휴무. 부산 영도구 와치로51번길 2(청학동). 070-8230-1116.

'디아트'-청사포서 여기 빠뜨리면 '스튜핏'
청사포는 아름다운 등대를 배경으로 가끔 사진이나 찍으러 가던 조용한 어촌 마을이었다. 폐선 부지 중간쯤에 다릿돌전망대가 등장하며 청사포도 덩달아 들썩거리고 있다. 휘영청 보름달 아래 반짝이는 바다 위를 걷는 짜릿한 기분을 느꺼보시라. 밤이 되면 전망대는 조명 덕분에 무지개다리로 변신한다. 청사포에는 조개구이집이 흔하다. 바다를 보며 부산스러움을 만끽하는 소주 한잔이 빠질 수 없다. 이게 끝이 아니다. 청사포까지 가서 '커피는 예술 창조와도 같다'고 주장하는 강경호 대표의 '디아트'에 들르지 않으면 섭섭하다. 디아트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광복동에 있었다. 2012년에 청사포로 이전한 뒤 지난 8월에 리모델링을 거쳐 재오픈했다. 루프탑에서 반짝이는 등대불을 보며 커피를 마시니 여기가 꼭 제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키나와 생맥주도 취급한다. 디아트는 생두 감별을 해 구매한 커피를 직화식 배전기로 맛과 향미를 충분히 살려 로스팅한다.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 월요일 휴무(3,4일 휴무).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로8번길. 051-702-1253.

'카린 영도 플레이스'-북유럽풍 물씬 '부산의 예테보리'

신기산업 아래쪽에 짝을 이뤄 영도 카페 투어를 더욱 즐겁게 해줄 카페 '카린 영도 플레이스'가 등장했다. 디테일과 색감이 예술이다. 신기산업이 남성적이라면 카페 카린은 여성적이다. 카린이 선글라스와 안경테를 판매하는 브랜드여서 그런가보다. 2층에는 선글라스와 안경테 제품을 전시해 마음껏 써보고 사진까지 찍을 수 있다. 1,3,4층 카페는 북유럽 모던 레트로 스타일 가구와 소품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했다. 흰색과 하늘색 의자를 배치한 루프탑은 하늘거린다. 카린의 3층은 연한 핑크로 꾸며져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다. 역시 5층 루프탑에서 부산항 경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카린은 덴마크어로 안락하고 아늑한 상태라는 뜻의 '휘게(hygge)'를 지향한다. 지하는 북유럽 장인들의 가구와 소품을 수입해 연출한 정통 스칸디나비아 레트로 스타일의 공간이다. 영도는 스웨덴 최고의 항구도시 예테보리가 연상된단다. 예테보리는 어떤 곳일까….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연중무휴. 부산광역시 영도구 청학동로 16(청학동). 051-413-8718.

'웨이브온'- 바다 품은 풍경·건물 모두 '작품'
올해 부산에서 최고의 핫플레이스는 어딜까. 기장의 '웨이브온'이 첫 손에 꼽힐 카페다. 하지만 문 열기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줄을 서는 풍경이 거의 매일 연출되니 요주의.

부산을 대표하는 바닷가 루프탑 카페 웨이브온. 여기선 깊고 푸른 바다 빛을 만끽할 수 있다. 입지도 좋지만 건물이 워낙 빼어나다. 지난 한 해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한국건축가협회상 베스트7 등을 휩쓴 곽희수 건축가의 작품이다. 1층부터 3층까지 실내 공간이 물 흐르듯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루프탑에서도 단차를 둬 수직적인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실내·외 130석 정도씩 만들어 둔 어떤 자리에 앉아도 답답하지 않고 흥미로운 느낌을 준다. 바닥에 드러눕듯 기대앉아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실외 '빈 백'은 웨이브온의 명물이다. 덕분에 웨이브온은 인스타그램의 스타가 되었다. 이번엔 당신이 스타가 될 차례다.

영업시간 오전 11시~자정. 연중무휴. 부산 기장군 장안읍 해맞이로 286(월내리). 051-727-1660.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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