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 부산국제영화제] 부산 시네마 투어-서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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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그곳, 내 마음속에 저~장

부산 관광의 일번지였다가 빛이 바랬던 송도해수욕장에 해상케이블카가 가동되며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부산은 '영화의 도시'이자 또한 '다리의 도시'다. '부산 속 들여다보기'는 먼저 동부산권을 본 뒤 광안대교와 부산항대교를 거쳐 서부산의 보물섬인 영도에 들어섰다. 원도심을 포함한 서부산은 그동안 계속 사람이 줄기만 해 사실 좀 서운했다. 이제는 판이 달라져 원도심이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래된 영화(榮華)와 새로운 미래가 기다리는 부산무비로드투어 서부산 편이다.

부산의 산토리니 흰여울마을
루프탑카페도 신상 관광지
송도, 케이블카로 업그레이드
원도심 숨은 매력 찾기도 짜릿

■육지와는 다른 매력의 섬 영도

영도에 들어선 투어 버스는 먼저 흰여울마을로 향한다. 흰여울마을은 높다란 절벽 위에 작은 집이 다닥다닥 붙어 '부산의 산토리니'라는 별명도 얻었다. 바다 건너편 송도 쪽에서 보면 하얀 선이 길게 연결된 모습이다. 봉래산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빠르게 바다로 굽이쳐 내리는 모습이 마치 흰 거품이 내려가는 듯해서 흰여울길이다. 영도구청은 흰여울마을의 빈집을 예술공방으로 리모델링해 지역작가에게 제공했다. 참 신선대, 봉래산 등 부산에는 신선과 관련된 지명이 많다. 이 또한 괜찮은 관광자원인데 아쉽다. 영화 '변호인'과 '범죄와의 전쟁'의 촬영지가 바로 여기다. "이런 게 어딨어요?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할게요! 변호인 하겠습니다!" 벽에 붙은 송강호의 대사가 생생하게 살아난다. 흰여울마을에서 보이는 영도 앞바다는 묘박지다. 배가 많이 떠 있을수록 경제가 어렵다는 증거다. 경제가 나아져 다 함께 잘 사는 세상이 되기를 빌어본다. 영도 산복도로 집들은 어디든지 빼어난 바다 조망이 일품이다. 시간 여유만 있다면 영도 카페 투어도 추천한다. 영도에는 스타벅스가 단 한 곳도 없다. 대신 바다를 내려다보는, 개성 넘치는 루프탑카페 신기산업과 카린이 있다. 영도를 빠져나가는 부산항대교 램프는 또 얼마나 짜릿한지 모른다. 처음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4D 액션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 느낌이 들 것이다.

■부활한 송도, 추억이 살아나다

케이블카, 구름다리, 다이빙대, 보트…. 그 시절의 송도는 생각만 해도 정겹다. 송도해수욕장은 부산 최초의 해수욕장, 과거 부산 관광의 일번지였다. "I will be back." 잊히던 송도가 업그레이드되어 다시 돌아왔다. 현재 송도해수욕장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6월 다시 가동한 해상케이블카. 1960년대의 명물이 29년 만에 화려한 부활의 비행을 한다. 송림공원에서 시작해 송도해수욕장 앞 바다 위를 지나 암남공원에 이르기까지 최고 86m 높이에서 바다를 만난다. 구름산책로에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케이블카 중에서 기왕이면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크루즈가 더 아찔한 느낌이 난다. '부산 속 들여다보기'는 암남공원 승강장에 하차해 송도 해안산책길을 30분가량 걸었다. 바다와 어울린 해안가 기암괴석이 장관이다. 케이블카만 없었다면 마치 울릉도 둘레길을 걷는 줄 알았겠다. 주차장 근처에서 서명을 받는 할머니 해녀 두 분을 만났다. 송도해수욕장의 명물인 해녀 포장마차촌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막아 달라는 이야기였다. 케이블카와 해녀가 공존할 방법은 없을까. 밤이 되자 멀리서 느리게 움직이는 케이블카 불빛의 행렬이 꼭 전자오락 같다. 조명이 들어온 철탑은 크리스마스트리 같고….

■역사와 전통이 숨쉬는 원도심
역대 한국 영화 중 관객이 두 번째로 많이 든 게 '국제시장'이다. '국제시장'은 100% 부산 올 로케이션이라 더 의미가 있다. 그러고 보면 국제시장은 탄생부터 드라마틱하다. 1945년 광복이 되자 일본인들이 떠나고 한국전쟁 피난민이 자리 잡은 뒤 전시 물자를 파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미군 군용물자 등을 전국으로 보급하면서 얻은 별명이 도떼기시장. 국제시장의 꽃분이네 가게는 꼭 사진을 찍어야 하는 명소가 되었다. 심지어 주변에는 '덕수, 오달수 액세서리' 가게까지 생겨났으니 영화의 위력은 참 대단하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덕수가 탄광에서 뱉어낸 탄가루는 실제로는 초콜릿이었고, 흥남 철수 장면은 부산 다대포에서 찍었단다. 
영화 '도둑들'은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으려는 범죄 드림팀의 이야기를 그렸다. 전지현이 샤워타월을 두른 채 빠져나가는 장면, 바로 부산 최초의 백화점 형태의 시장인 부산데파트다. 부산데파트 주변에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여전히 살아 있다. 부산무비로드투어의 마무리는 BIFF 광장이다. 남포동 일대에는 광복 후 극장이 생기기 시작해 1960년대에 이르러서는 20여 개에 달했다. 예전에 부산에서 시내라고 하면 바로 여기였다. BIFF 광장에서 좋아하던 배우의 오래된 핸드프린팅을 찾아보고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부산 속 들여다보기'를 이끄는 장순복 대표는 "1000만 관객 영화 촬영지 시네마 투어는 반응이 아주 좋아 수도권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기가 많은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는 주말에도 신청이 있으면 내부를 볼 수 있도록 배려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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