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에서 만난 사람] 反인종차별 활동가 코리안 3세대 량영성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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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레이시즘 정보센터(ARIC)' 량영성 대표가 지난 18일 일본 후쿠오카시 세이난 가쿠인 대학교에서 '일본형 헤이트스피치'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자이니치(在日, 재일) 코리안 3세대, 국적은 조선.

'반(反) 레이시즘(인종차별) 정보센터'(ARIC)의 량영성(35) 대표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日 귀화 않고 한국·북한 국적 택하지 않은 '조선적' 
조선인 증오 발언· 일본 내 차별에 맞서 단체 설립


누구나 알다시피 조선은 이 세상에 없는 나라다. 그는 일본으로 귀화하지도, 한국이나 북한 국적을 선택하지도 않았다. 조선적(朝鮮籍)으로 남았다. 그래서 그에겐 여권이 없다. 외국에 갈 때는 '여행증명서'를 받아야 한다. 외국에서 유일하게 량 씨의 신분을 인정해주는 공문서다.

1940년대 제주도에서 오사카로 온 할아버지, 자이니치 코리안 2세인 할머니가 결혼하면서 일본에서 량 씨 가계도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도쿄에서 태어났고 자랐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조선학교에 다닌 게 보통의 일본인과 달랐다. 지난 18일 량 대표가 후쿠오카를 찾았다. 시민 단체 '공인의 헤이트스피치(증오 발언)를 용서하지 않는 모임'의 초대를 받아, '일본형 헤이트스피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강의했다.

"조선학교를 다닐 때 선생님에게 '사회에 나가면 조선인이라 차별을 받을 것'이라고 귀에 딱지 앉도록 얘기를 들었죠. 비슷한 처지의 자이니치 코리안 친구들과 지내다 보니 별로 와닿지 않았고, 그런 차별이 있다해도 막연히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과학자가 되고 싶어 생물학과로 진학했다. 하지만 일본인 친구가 생기면서 '막연함'은 '차별'이란 현실로 돌아왔다. "대학 서클 활동 중 만난 친구가 우익이었습니다. '위안부는 매춘부다', '조선으로 돌아가라' 이런 말을 들으니 생각이 다른 건 어쩔 수 없지만 차별로 이어진다는 게 쇼크였죠"

그래서 정치학과로 전과했다. 졸업 후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던 중, 2013년 일본 내 헤이트 스피치가 심각해졌다.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 대학원에 진학하고 박사 과정을 밟으며 ARIC를 세웠다.

지난해 구마모토 대지진 당시 후쿠오카 현 유쿠하시 시의 고츠보 신야 시의원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상에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다"는 내용의 헤이트 스피치를 블로그에 올렸다.

"공인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말이죠. ARIC는 그래서 공인 특히 정치인의 헤이트스피치를 기록하고 잘못됐다고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현재까지 3285건의 자료가 쌓였다.

량 대표는 조선학교를 나오지 않은 자이니치 코리안도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헤이트스피치 철폐, 일본 내 레이시즘과 싸우는 일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했다. "역사를 살펴보면 차별은 폭력으로 이어지고, 폭력은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같은 제노사이드(대량 학살)로 이어집니다. 차별금지법을 만들고 특히 공인의 증오 발언에 대해서는 엄중히 다스려야 합니다"량 씨가 결연하게 말했다. 후쿠오카=조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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