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성 소수자)'vs'레알러브(진짜 사랑)'… 두 축제로 갈라진 구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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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지난 23일 해운대에서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축제가 열렸다. 해운대 구남로 광장에서 열린 부산 첫 '퀴어문화축제'에는 2000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가했다. 같은 시간 구남로 반대편에서는 건강한부산만들기시민연대가 주최하는 '레알러브 시민축제'가 열려 시민 5000여 명(주최측 추산)이 운집했다.

"동성애는 권리" 2000명 외침
코앞엔 시민연대 반대 피켓
경찰 800여 명 삼엄한 경비
긴장 속 큰 충돌 없이 막 내려

■"마음껏 손잡는 날"…선정성 논란 여전

부산퀴어축제 개최가 예고된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광장에서는 이날 오전 9시께 대형무대와 부스 45개가 불법으로 설치됐다. 퀴어축제 주변에서는 10개 중대 800여 명의 경찰력이 투입돼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해운대구청의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못한 주최 측은 구청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최근 부산시에 행정심판을 제기하면서 임시 처분을 신청했으나, 지난 20일 부산시행정심판위는 임시 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23일 부산 해운대구 해변도로에서 성 소수자 권리향상 문화행사 부산퀴어축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하고 있다. 인도에는 동성애와 동성혼의 합법화를 반대하는 단체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김병집 기자 bjk@
이날 열린 행사에 참가한 여러 단체마다 퀴어문화를 알리는 배지나 스티커, 예술작품 등을 전시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일부 부스에서는 막대사탕 모양으로 포장한 콘돔을 나눠줬고, 앞서 서울과 대구에서 열린 퀴어축제 당시 선정성 논란이 일었던 성기 모양 과자 등을 판매하는 부스도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군대 내 동성애 처벌을 폐지하는 군형법 개정안 제정 등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진행됐다.

이날 광장 안은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커플' 등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레즈비언 커플은 "넓은 광장에서 손을 잡고 다닐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교복을 입고 온 한 고등학생 게이 커플은 "축제를 통해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것이 진짜 사랑" 맞불 축제

같은 시간 퀴어축제 맞은편 옛 해운대역사 앞에서는 건강한부산만들기시민연대가 레알러브 시민축제를 열었다. 지역 종교계와 교육계 등 46개 시민·사회단체가 이름을 올리고 있는 시민연대 측은 "퀴어축제를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바른 성(性)문화 가치를 제시하고자 한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자신을 동성애자였다가 이성애자로 전환했다고 밝힌 이요나 탈동성애인권포럼 대표 등도 이날 부산을 찾았다.
사진=정대현 기자
시민연대 측 참가자들은 퀴어축제가 열리는 구남로 광장과 이날 오후 3시 30분께부터 1시간가량 진행된 '퀴어 퍼레이드' 경로를 둘러싸는 인간 띠 잇기 행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 사이에 언쟁이 오가기도 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해운대구청은 퀴어축제 측의 불법 무대·부스 설치에 대해 도로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개인 또는 기업, 단체의  특정 목적이나 사익 추구용으로 구남로 광장의 점용을 허가하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소영·조소희 기자 mission@busan.com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CfPqNBtoEiQ

사진=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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