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향수 대전] 올가을 취香 저격, 중성적 느낌의 젠더리스&희소성 있는 특별한 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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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가끔은 그리운 향기가 있다. 개인적으론 중학교 교정 한쪽에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었던 라일락꽃이 실어 보낸 바람의 향기가 그랬다. 또한 초여름 일본 오이타현 구주 꽃 공원에서 만난 수만 그루의 라벤더가 뿜어내던 향기엔 위엄마저 느껴졌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새벽 탁밧(Tak Bat·불교 공양 의식)을 마친 뒤 길거리에 아무렇게 떨어진 참파 꽃을 주워서 귀 뒤에 꽂고 다니면서 온종일 맡았던 꽃향기도 잊을 수 없는 좋은 기억이다.

향은 이처럼 시공을 초월한다. 때론 기억이다. 좋은 향은, 그래서 그 어떤 권력보다 강하고, 매혹적이기도 하다. 나 자신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또 다른 상징이기도 하다. 점점 더 깊어지는 가을, 새로운 향기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그 어느 때보다 길어진 추석 연휴, '시월드(시댁 혹은 시집살이를 나타내는 신조어)행 아내를 위한 작은 사치' 향수 선물을 제안한다. 사랑하는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를 위한 선물로도 안성맞춤이다. 

머스크·우드·앰버 계열 향
따뜻하고 우아한 잔향 지속

향이 무겁게 느껴진다면
목에는 상큼한 오드 투왈렛
손목엔 우디향 레이어링을


올가을 신제품에서도 엿볼 수 있듯 최근 향수 트렌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중성적인 느낌이 나는 젠더리스 향수와 희소성이 있는 니치 향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다. 가을을 맞아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향수 컬렉션을 보더라도 묵직한 느낌의 머스크·우드·앰버 계열 향취를 메인으로 배치해 따뜻하고 우아한 잔향이 오래 가도록 했다. 산뜻한 '오드 투왈렛(EDT)'으로 승부를 본 여름과 달리 가을부턴 지속력이 길고 잔향이 진한 '오드 퍼퓸(EDP)'이 많이 출시되고 있다.

전통의 브랜드에서 내놓은 향수 신제품


올가을 가장 화제의 향수는 15년 만에 신제품을 내놓은 '샤넬'의 여성 향수 '가브리엘 샤넬'. 코코 샤넬의 본명인 '가브리엘'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가브리엘 샤넬의 조향사 올리비에 폴주는 "일랑일랑과 재스민, 오렌지 블로섬, 그라스 튜버로즈의 조합을 통해 이상적인 화이트 플라워 향을 만들어냈고 굉장히 여성스러우면서도 태양처럼 강인함이 느껴지는 향기"라고 설명했다. 

디올의 새 향수 '미스 디올'. 디올 제공
'디올'의 새 향수 '미스 디올 오드 퍼퓸'은 시간과 공간이 느껴진다. 사랑의 향기를 담은 향수를 원한다는 무슈 디올의 소망을 담아 만들어진 1947년의 '미스 디올'이 패션 하우스의 퍼퓸답게 묵직하고 진중한 시프레 계열의 향수였다면 70년이 지난 2017년 '미스 디올'은 디올 향수만을 위해 재배되는 그라스 로즈가 담겨 관능적이고 달콤한 플로럴 향을 보다 풍성하게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블러드 오렌지와 만다린의 상큼함, 핑크 페퍼콘과 로즈우드의 스파이시함과 우디한 잔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불가리의 '골데아 더 로만나이트'. 불가리 제공
'불가리 프래그런스'가 새롭게 선보인 '골데아 더 로만나이트'는 플로럴 시프레 계열의 여성 향수로 로마의 밤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 2015년 '골데아', 2016년 '로즈 골데아'에 이은 골데아 라인의 세 번째 작품이다. 조향사 알베르토 모리야스는 "낭만의 도시 로마의 밤을 거니는 신비로운 여신의 자태를 떠올리며 완성했다"면서 "재스민과 튜버로즈, 블랙 머스크의 조화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완벽한 향수"라고 설명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버버리'의 향수 시리즈인 마이 버버리의 신제품 '마이 버버리 블러시'도 인상적이다. 싱그러운 아침의 첫 햇살이 스며드는 런던의 정원, 그 속에서 피어나는 꽃에서 영감을 받아 발랄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를 선사한다. 버버리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베일리와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에 의해 탄생했다.

'프라다'의 '라팜므 인텐스'는 플로럴한 튜버로즈에 싱그러운 오렌지 블로섬과 재스민 삼박의 향을 더하고, 파촐리와 아이리스의 우아한 향으로 마무리했다. 라팜므 인텐스와 커플향으로 나온 남자용 '르옴므 인텐스'도 있다.

남성들의 워너비 향수인 '존바바토스'의 신상품으로는 '아티산 퓨어'가 있다. 산속 고요한 지상낙원으로의 여행이라는 콘셉트로 멕시코 할라파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다. 시트러스한 과일의 나뭇가지와 잎에서 추출한 트리오 페티그래인 오일의 싱그러움에 우디함이 더해져 편안하고 매력 있는 향취를 제공한다.

향수 전문 브랜드 '니치 향수' 신제품
펜할리곤스의 '포트레이트 컬렉션'.
영국 귀족의 향기로 불리는 '펜할리곤스'는 150여 년간 이어온 블렌딩 노하우와 감각적인 일러스트의 레이블로 유명한 향수. 이번에는 가상의 영국 귀족 여섯 명이 그 주인공이다. '포트레이트 컬렉션' 속 인물을 상징하는 각 향수는 스토리만큼이나 흥미진진한 향기로 가득 차 있다. 품격 있는 신사의 향 '로드 조지 오드 퍼퓸'을 비롯, 부인 블랑쉬 여사를 나타내는 화이트 플라워의 고혹적인 '레이디 블랑쉬 오드 퍼퓸', 조지 경의 숨겨진 여인 클라라를 표현한 매혹적인 오리엔탈 앰버 노트의 '클렌데스틴 클라라 오드 퍼퓸', 조지 경의 사생아이자 자유분방한 삶을 즐기는 인물 래드클리프를 그대로 닮은 '롤링 래드클리프 오드 퍼퓸' 등이다.

니치 향수의 대명사 '조 말론 런던'도 가을을 맞아 '잉글리쉬 오크' 컬렉션을 선보였다. 소설 <로빈 후드>의 배경인 노팅엄 주 셔우드 숲속 오크 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향이다. 신선한 로즈와 부드러운 화이트 머스크가 더해져 스모키하면서도 달콤한 향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잉글리쉬 오크 앤 레드커런트'와 그린 헤이즐넛과 시더우드, 로스티드 오크 앱솔루트를 조합해 스파이시하면서도 신비로운 향을 자아내는 '잉글리쉬 오크 앤 헤이즐넛' 두 가지 향으로 출시됐다. 
바이레도의 '벨벳 헤이즈 오드 퍼퓸'.
스웨덴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는 몽환적인 인공 낙원으로의 초대가 테마인 '벨벳 헤이즈 오드 퍼퓸'을 내놓았다. 코코넛 워터의 달콤함으로 시작해 파촐리 잎사귀의 열정적인 향, 벨벳 카카오와 야생 머스크 향이 어우러지면서 풍부한 향을 연출한다. 벨벳 헤이즈는 오리엔탈 우디 계열의 여성 향수지만 다른 바이레도 향수처럼 남자들이 써도 이질적 느낌 없이 잘 어울린다고. 기존 인기 제품으로는 블랑쉬, 라 튤립, 인플로레센스 등이 있다. 
 
딥디크의 '베티베리오 오드 퍼퓸'.
프랑스 향수 브랜드 '딥디크'도 가을을 맞아 관능적이면서 우디한 향의 '베티베리오 오드 퍼퓸'을 새로 출시했다. 기존 남성 향수로 큰 인기를 얻고 있던 '베티베리오 오드 투알렛'을 7년 만에 리뉴얼했다. 고농축된 베티베르 풀의 우디향과 자몽 에센스의 쌉싸름한 향은 그대로 유지하되 터키산 장미를 만나 한없이 우아하고 관능적인 향을 낸다. 남녀 구분 없이 향을 즐기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남녀 공용으로 출시된 것도 특징이다.

프랑스 니치 퍼퓸 브랜드 '세르주 루텐'은 '누와(Noire) 컬렉션' 기존 15가지에 2가지 신제품 '베티베 오리엉탈'과 '덩 드 레((Dent de lait·젖니)'를 추가했다. 컬렉션 누와는 기존 베이지 컬렉션과 블랙 컬렉션을 통합한 라인. 베티베 오리엉탈은 남성 화장품이 떠오르는 냄새를 좋아하지 않았던 세르주 루텐이 따뜻하고 실키한 향을 찾기 위해 베티베르 뿌리를 연구한 끝에 탄생한 향수다. 남녀 모두가 사용 가능한 중성적인 향을 담고 있다. '덩 드 레'는 세르주 루텐의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는 과정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프랑스 럭셔리 퍼퓸 브랜드 '메종 프란시스 커정'도 보다 강렬한 '엑스트레 드 퍼퓸' 2종을 출시했다. 패브릭에서 영감을 받은 우드 컬렉션 '우드 사틴 무드 엑스트레 드 퍼퓸'은 조향사 프란시스 커정이 진귀한 자연 원료인 우드를 주 원료로 하여 탄생시킨 향수로 알려졌다. 또 다른 신제품인 '바카라 루쥬 540 엑스트레 드 퍼퓸'은 기존의 바카라 루쥬 오드 퍼퓸이 가진 앰버와 우디, 플로럴한 향에 시더우드와 아몬드, 용연향과 우드향을 더해 농밀함의 절정을 보여준다. 
분더샵의 3가지 시그니처 퍼퓸.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신세계센텀시티 제공
이 밖에 15~20%의 높은 원액 함유량을 특징으로 내세운 프랑스 니치 퍼퓸 브랜드 '아틀리에 코롱'은 블루 보틀(30mL)과 레더 자켓에 이니셜 모노그램 서비스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조향사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들 이름으로 판매되는 '프레데릭 말', 미국 뉴욕에서 온 프레쉬 핸드메이드 퍼퓸 '르 라보', 신세계 편집숍 '분더샵'에서 새롭게 론칭한 시그니처 퍼퓸 3가지도 눈길을 모은다.

신세계센텀시티 이효정 홍보 담당은 "가을 트렌드인 우디나 머스크 향이 무겁게 느껴진다면 상큼한 오드 투왈렛 향을 목에 사용한 뒤 조금 더 묵직한 우디향을 맥박이 뛰는 손목에 뿌리는 등 향을 레이어링해 사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가을에 앞서 향수 시장을 확대 개편, 1층에 '럭셔리 퍼퓸 플레이스'를 별도로 마련했으며, 기존 향수 브랜드 외에 바이레도, 펜할리곤스, 프레드릭 말, 세르주 루텐, 메종 프란시스 커정, 아틀리에 코롱, 딥디크 등을 새로 입점시켰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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