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여성 61%가 '데이트폭력' 경험, 실상은 심각한데 처벌은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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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간 '데이트폭력'이 증가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라 처벌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데이트 폭력이란 호감을 느끼고 만나거나 사귀는 관계, 또는 과거에 만났던 적이 있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위협이나 폭력으로, 물리적 힘을 가하는 폭력뿐만 아니라 정서적 ·언어적 ·성적 ·경제적으로 발생하는 폭력을 포괄한다.

여성 인권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10월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17명 중 데이트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61%에 달했다. 폭력 유형으로는 통제 피해를 경험한 비율이 62.6%로 가장 높았다. 성적 폭력 피해가 48.8%, 언어적·정서적·경제적 폭력 피해 45.9%, 신체적 폭력 피해가 18.5%로 뒤를 이었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연인에게 살해당한 사람은 233명에 달했다. 데이트폭력 검거 건수도 2014년 6675건에서 2015년 7692건, 지난해 8367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데이트폭력은 특성상 재범률이 높고 신고하기가 어렵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가해자의 동종 사건 재범률은 34.5%, 이종 사건 재범률은 57.8%에 달했다.

또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피해자 중 신고자는 4.8%에 불과했다.

그러나 데이트폭력에 대한 별도의 처벌 규정이나 근절 대책은 없다. 현행법상 데이트폭력으로 살인, 강간, 감금, 폭행 등을 저지르더라도 다른 범죄와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받는다. 동갑내기 여자친구의 얼굴을 담뱃불로 지지고 폭행하며 4시간 넘게 자취방에 가둬 지난 5월 경찰에 체포된 A 씨의 경우 지난 주 1심 판결에서 특수 상해 및 감금으로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남동구갑)이 지난해 2월 가해자를 격리시킬 수 있는 등의 조치를 담은 '데이트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 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도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도 데이트폭력 신고 시 경찰의 즉각 대응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데이트폭력 방지법' 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지만,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경찰청 역시 지난 7월 24일부터 8월 31일까지 '데이트폭력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근절에 힘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다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데이트폭력을 신고하더라도 명백한 증거 제출이 가능한 가시적인 신체적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 이상 법적 절차조차 밟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가해자의 폭력 행위를 공적으로 제재할 수도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1월 전 남자친구 강 모 씨에게 폭행당해 숨진  B 씨는 사고 이전에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강 씨가 이른바 동거인으로 등록돼 있다며 강 씨에게 제재를 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조경건 에디터 mul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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