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에 최장 루지 생긴다고?" 긴장하는 통영 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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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 루지가 양산에 생긴다는 소식에 '국내 최초' 루지가 있는 통영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양산 루지가 더 길고, 더 짜릿하다는데, 통영은 어쩌죠?"

경남 양산에 '세계 최장' 루지(무동력 삼륜썰매) 시설이 이르면 내년 5월 문을 연다는 소식(본보 19일 자 1면 보도)이 전해지면서 올해 초 '국내 최초'로 루지를 선보여 대박을 낸 통영이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국내 최초' 대박 행진 통영
트랙 수 적고 길이도 짧아

2019년엔 동부산에도 조성
희소성 사라지게 돼 우려

양산 에덴밸리리조트 스키장에 조성될 루지 트랙은 1.8~2.2㎞ 4개로 총연장 6㎞다. 이 중 2.2㎞ 트랙은 전 세계 루지시설을 통틀어 가장 길다. 반면 통영 루지 트랙은 현재 단 1개, 길이도 1.5㎞에 불과하다. 연말까지 1.2㎞ 트랙 2개를 추가 증설해 총 3개 트랙, 6개 코스를 완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양산에 비해 길이나 다양성 면에서 부족하다.

지난 2월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 통영 루지는 시작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개장 7개월여 만인 지난달 누적 탑승객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달부턴 야간 개장까지 하며 연내 150만 명 돌파에도 근접했다. 통영 루지의 인기 비결은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스릴과 속도감 그리고 국내 최초이자 국내 유일이라는 희소성이었다. 이를 통해 유행에 민감하고 짜릿한 액티비티를 선호하는 20~30대 젊은층 공략에 성공했다.

그러나 양산 루지가 운영을 시작하면 통영 루지가 갖고 있던 이런 장점들이 모두 사라진다. 여기에 2019년이면 부산 기장 '동부산테마파크'에 또 하나의 루지 시설이 들어선다. 인접한 부산, 경남에 1년에 하나 꼴로 새로운 루지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당초 통영시는 루지 운영사인 뉴질랜드 스카이라인 측에 사업 부지를 30년간 무상임대하는 조건 중 하나로 '통영 외 경남권에서는 관련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협약서에 명시했다. 통영 루지의 희소가치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나 1년도 안 돼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부산 루지는 통영과 동일한 운영사가 추진하지만 행정구역 상 경남이 아니라는 이유로 협약을 피했다. 양산 루지는 LCW(Luge Cart World)라는 또 다른 회사가 만든다.

이 때문에 루지를 '포스트 케이블카'라 추켜세우며 지역 대표 관광 아이템으로 내세웠던 통영시는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지역 관광업계는 통영 루지 이용객 감소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1회 1만 1000원이라는 비싼 이용료에다 2~3시간 현장 대기라는 불편에도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찾는 것 아니냐"며 "특히나 '신상'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은 더 크고, 더 재미있는 게 가까이 있다면 당연히 그쪽으로 가게 돼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우려만큼은 아닐 것이란 분석도 있다. 통영관광개발공사 관계자는 "통영 케이블카 성공을 계기로 주변 지자체들이 앞다퉈 케이블카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정작 통영 케이블카는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라며 "케이블카가 주변자원과 어우러진 덕분에 꾸준히 사랑받듯이 루지도 계속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민진 기자 m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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