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이자 시인, 농축된 삶의 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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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쇠한 개, 이빨은 파뿌리처럼 뽑혔고/야성은 서리 맞은 들풀이오/어둠마저 빨려 들던 눈의 광채는 어둠에 갇혀 버렸고/십 리 밖 악취를 낚아채던 후각은 권력의 향기에만 민감하오'('기자들')

현직 언론인인 윤현주 시인이 시 68편을 묶어 시집 <맨발의 기억력>(사진·산지니)을 펴냈다. 시집은 기자이자 시인의 삶에서 빚어진 고뇌의 응축물이었다.

본보 윤현주 논설위원
첫 시집 '맨발의 기억력'

직장인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고통('물먹다', '넥타이' 등)을 숨기지 않는 윤 시인은 시인의 길을 걸어야 할 수밖에 없는 현실('기자들')과 시인으로서의 힘겨운 삶('대추나무에 걸린 詩', '맨발의 기억력')을 털어놓으며 새로운 여정에 대한 두려움과 희망을 동시에 전한다.

시집에는 지나온 삶의 궤적을 따라 빚어진 시인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기도 한다. 거리의 이웃들을 시('모음을 파는 사내', '계절을 파는 여인')로 재해석하고, 산복도로 구석구석을 연작시 '산복도로 풍경'에 담아낸 것이다. 도시의 삶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임플란트')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기자로서 사회 부조리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은 여전하다.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지하철에 치여 세상을 떠난 청년('젖은 눈망울'), 죽음조차 뉴스로 바라봐야 하는 상황('사회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재개발의 허상('포크레인'), 불경기('경기 동향에 대한 보고서') 등에서 사회 부조리를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한편 윤 시인은 오는 21일 오후 7시 부산 서면 굴다리(부산진구 서면문화로 49-2)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진다.

윤여진 기자 only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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