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전성시대 "한국인 안방? 우리가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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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당당히 주연으로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이탈리아 편'의 한 장면. MBC 에브리원 제공

한국인에게 친숙한 외국인은 누구일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부산 사투리가 일품인 미국인 로버트 할리(한국명 하일)와 프랑스 출신의 '따발총' 이다도시를 먼저 꼽는다. 두 사람은 '방송가의 외국인'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1세대. 그러나 이들은 '조연' 수준이었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창한 한국말,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무장한 이방인들이 어느새 안방극장의 '주연'을 꿰찬 것.이들을 내세운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이 떠오르고 있다. KBS 1TV '이웃집 찰스' JTBC '비정상회담'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등이 대표주자.

KBS 1TV '이웃집 찰스'
한국 정착 과정의 시행착오 소개

JTBC '비정상회담'
다양한 시각, 다양한 주제 토론

MBC 에브리원 '어서와…'
외국인의 4박5일 한국 첫 방문기

■외국인의 날것 일상 담아낸 '이웃집 찰스'

KBS1TV '이웃집 찰스'.
'이웃집 찰스'는 한국 정착을 위해 시행착오를 겪는 외국인들의 일상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낸다. 2014년 추석에 파일럿으로 방송됐다가 좋은 반응을 얻어 이듬해 1월 정규편성됐다.현장에서 한국 적응을 위해 고생 중인 낯선 이방인을 비추면 스튜디오에선 이들의 '선배'인 하일 사유리 파비앙 등이 깨알같은 조언을 쏟아낸다.

주인공들의 사연은 가지각색이다. 사업차 방한한 에콰도르인, 학업을 위해 건너온 콩고인은 오히려 평범한 편. 내전이 일어나 망명한 예멘인과 테러 위협을 피해 온 이라크인, 군의 가혹행위를 못 견디고 탈출한 카메룬인 등의 사연은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만든다. 사회자 홍석천의 딱딱한 프로그램을 부드럽게 풀어가는 역량 덕에 시청률은 8%대를 넘나든다.

■'한국 베테랑'의 난상 토론 '비정상회담'
JTBC의 '비정상회담'.
2014년 전파를 탄 '비정상회담'은 '외국인 예능의 최고 히트상품'이다. 12개국 출신 젊은이들이 '정상'으로 출연해 토론을 통해 저마다 '우리가 최고'를 외친다. 패널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은 물론 이라크 가나 파키스탄 폴란드 등 '먼나라' 출신으로 작은 'UN 총회'를 방불케 한다. 방송이 나갈 때마다 포털 검색어 상위권에 자리한다.

주제도 다양하다. 영화나 K팝 같은 대중문화는 물론이고 인간관계, 다이어트 등 지구촌 관심거리를 테이블에 올린다. 블랙리스트, 최순실 게이트 같이 민감한 사안까지 다룬다. 대부분 출연자들이 한국에 오래 거주해 우리 말과 문화에 상당히 능통해 큰 문제는 없다. 서울 생활 18년차 캐나다의 기욤 패트리는 부모와 대화 중 자신도 모르게 한국말을 꺼낸다. 미국의 타일러 라쉬는 방송과 강연에서 한국 문화와 역사를 강의할 정도다. 가나의 샘 오취리는 '임진왜란의 승리국은?'이란 질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나라"라고 답해 웃음을 안긴다.

■이방인들의 유쾌한 '한국 즐기기'
MBC에브리원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멕시코 편'. 각 방송사 제공
지난 6월 첫 방송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친구의 초대로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한 평범한 외국인 셋의 4박5일 여행기를 그린다. 제작진이 그들의 일정에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출연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에선 출신 국가와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예컨대 멕시코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흥'. "계획? 그게 왜 필요해?"라며 제작진에게 파티나 하자며 되레 술잔을 권한다. 또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가 축구인 탓에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축구장을 찾더니 생전 처음 본 사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응원의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독일 친구들은 빈틈없는 모습이다. 문을 나간 순간부터 분 단위로 움직인다. 차를 렌트하기 위해 한국 교통 규칙을 암기한다. 분단과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나라답게 땅굴,형무소를 찾아 고개를 숙이기도 한다.

■색다른 매력에 '따라하기' 조짐

'외국인 예능'은 색다른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부작용도 없지 않다. 출연자들의 '막말 논란'이나 '자질 부족' 등이 도마에 오르곤 한다.'비정상회담'에 출연한 중국의 장위안은 인도에 대해 '실패한 민주주의 국가'라고 비난해 논란을 일으켰고 터키 출신 에네스 카야는 불륜으로 중도하차했다. 또 일본인 패널 등장시에 군국주의의 상징인 기미가요를 틀어 물의를 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예능'이 인기를 모으자 다른 방송사들도 '따라하기'에 나설 태세다. 자칫 '주연 중복출연' 같은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김상혁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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