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사진미술관 기획 'Stanza / 정희승' 전] 낯섦과 전복… 새로운 사진미학 탐구
어두운 배경 속에 여인의 얼굴, 몸통은 보이지 않고 두 팔만이 덩그러니 늘어뜨려져 있다. 무엇을 표현하려는 것인지 가늠이 쉽지 않다. 게다가 양옆에는 '생뚱맞게' 화초가 무성한 식물원 내부를 담은 사진들이 걸려 있다. 여성 사진작가 정희승은 맥락을 알기 힘든 이러한 구성에 '부적절한 은유들(Inadequate metaphors)'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정물의 뒤죽박죽 재배치
사물 '뒤집어 보기' 시도
식물과 신체 일부 뒤섞어
엉뚱한 사유 유도하기도
고은사진미술관(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내달 18일까지 열리는 'Stanza(스탄차)/정희승'에서는 전통적인 사진의 의미와 문법을 전복(顚覆)하려는 시도로 주목을 끌어온 작가의 작품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고은사진미술관이 40대 사진작가의 성과를 점검하는 연례기획 '중간보고서'의 2017년 기획전이다.
전시는 3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Still Life(정물)'는 작업실 내부 등 일상의 공간과 거기에 놓인 사물을 본래의 의미와 다르게 재배치해 낯선 이미지로 보여준다. 일부러 침대를 세워놓고 찍거나 천장에 매달린 전등을 올려다보며 촬영해 마치 바닥에 놓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지금까지 사진으로 '정물(靜物)'을 표현하는 방식을 전복시켜 색다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다.
두 번째 섹션인 'Rose is a rose is a rose(장미는 장미가 장미인 것)'는 고정된 프레임으로 장미를 촬영해 피고 시드는 과정을 연작의 형태로 보여준다. 시시각각 변하는 장미의 이미지를 계속 찍어나가면서 대상의 본질, 의미에 대해 탐구한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Inadequate metaphors'는 포즈가 두드러지는 신체 일부와 식물원의 모습을 나란히 배치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의미와 맥락을 찾기 힘들게 만든다. 식물과 신체 일부를 '부적절하게' 배치해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은유가 아닌 엉뚱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