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거장이 다다른 절제·구도의 앵글…이란 키아로스타미 감독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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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영화감독인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의 국내 첫 사진 전시가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은 키아로스타미의 'Snow' 시리즈 중 하나.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이란 출신의 영화감독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그는 1997년 '체리 향기'로 칸 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세계적인 거장(巨匠)이자 뉴욕현대미술관(MoMA)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이 걸려 있는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키아로스타미의 사진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부산에서 열린다.

소울아트스페이스(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지난 8일부터 열리고 있는 '키아로스타미와의 눈 속으로의 산책'에서는 그의 'Snow(눈)' 시리즈 사진 37점과 유작(遺作) 영화인 '집으로 데려다 주오(Take me home)', 다큐멘터리 '키아로스타미와 함께한 76분 15초'를 만날 수 있다.

세계적인 영화감독인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이란 키아로스타미 감독
사진작가로 국내 첫 사진전
부산 소울아트스페이스
Snow 시리즈 등 37점 소개
유작 영화·다큐도 상영

'Snow' 시리즈는 키아로스타미의 조국 이란에서 촬영됐다. 그의 사진은 미니멀리즘(Minimalism)적 영화의 표현 방식과도 비슷해 절제되고 함축적이다.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자연에 대한 사고로 사람들을 초대하는 작업"이라는 지론처럼 최소한의 미학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삶의 문제에 대해 생각할 볼 계기를 제공한다. 작품 속 눈은 인간이 만든 철조망을 부드럽게 감싸 안고 옹기종기 선 나무들과 친숙하게 어우러진다. 은은한 잿빛으로 내려앉은 나무의 그림자까지 돋보이게 만드는 눈의 소박함과 순수함은 자연을 바라보는 키아로스타미의 시선과 닮았다.

함께 선보이는 영화도 매력적이다. '집으로 데려다 주오'는 키아로스타미가 이탈리아 남부를 여행하며 기록한 좁은 골목과 계단에 관한 이야기이다. 대사 없이 영상과 사운드만 존재하는 16분 분량의 영화 주인공은 축구공. 공은 골목과 계단, 건물을 마치 주유(周遊)하듯 누빈다. 공이 지나가는 공간과 중간중간 등장하는 소년과 고양이, 새 등의 모습이 한편의 회화 같다.

다큐멘터리는 'Snow' 시리즈 등 사진 작업의 전 과정을 담았다. 영화로 치면 '메이킹 필름(Making Film)'인 셈. 키아로스타미가 자동차를 직접 몰고 설원(雪原)을 누비며 촬영하는 것에서부터 암실에서 현상, 인화하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시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일인 10월 21일까지 이어진다. 키아로스타미는 2005년 행사 때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을 맡는 등 BIFF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지난해 7월 76세를 일기로 키아로스타미가 타계하자 BIFF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으로 선정해 개막식에서 장남 아흐마드 키아로스타미에게 시상했다. 영화제 기간에는 키아로스타미의 회고전도 열렸다. 이번 부산 전시는 김선영 소울아트스페이스 대표가 이때 아흐마드와 만난 것이 계기가 돼 성사됐다. ▶'키아로스타미와의 눈 속으로의 산책'=10월 21일까지(일·월요일, 추석 연휴 휴관) 소울아트스페이스. 051-731-5878.

박진홍 선임기자 jh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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