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 재건 방안' 보고서] 한진 사태 1년, 국적 선사 점유율 반토막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진해운이 파산한 뒤 부산항 신항 한진해운터미널에서 운행을 멈춘 컨테이너 크레인과 컨테이너 운반 전용 야드 트랙터가 줄지어 서 있던 모습. 부산일보DB

한진해운 사태 발생 1년을 맞아 당시 상황을 분석하고 우리나라 해운산업 재건 방안을 모색하는 전문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최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한진해운 사태의 반성과 원양 정기선 해운 재건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KMI 측은 "현재 우리나라는 해운 강국의 지위를 잃고 그대로 몰락할 것인가 아니면 재도약 기틀을 마련할 것인가를 위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밝혔다. KMI가 분석한 한진해운 사태 이후 우리나라 해운 상황과 대책을 알아본다.

한진 물량 외국선사가 흡수
국내 운임 수입 3조 원 증발
국적선사 점유율 5.7% 그쳐

국적선사 선복량 40만TEU
세계적인 경쟁력 가지려면
77만~100만TEU 선대 필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선박은행 기능 수행하고
선사 입수합병 등 나서야

■한진사태 이후 해운 상황


KMI 측은 "한진해운 물동량 상당수를 외국 선사가 흡수해 국내 운임 수입 약 3조 원이 사라졌고 수출 해상 운임 상승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 한국화주협의회가 화주 기업 33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중 65.4%가 '한진해운 사태 이후 수출 운임이 올랐다'고 대답한 바 있다. 외국 선사들이 한국 화물보다 중국 등 다른 국가의 화물을 우선 챙기면서 우리나라 화물 선적이 연기되거나 화주 동의 없이 불필요하게 환적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물류 경쟁력이 훼손됐다고 KMI 측은 분석했다.

KMI 측은 "한진해운 사태 이후 부산항 환적 물동량이 급격히 줄었지만, 다행히 최근에는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부산항 환적 물동량은 전년 동기보다 월평균 3.9% 줄었다. 이런 추세는 올해 2월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세계 3대 해운동맹 출범 전후로 선대 교체용 환적 물동량 증가와 중국 항만 기상 악화에 따른 회귀 물동량 증가로 상당수 물량이 부산항에 유입돼 환적 물동량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후 7월까지 전년보다 3.8%나 높은 환적 물동량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국적 선사의 선복량 점유율이 급격하게 하락했다는 사실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전인 2016년 8월 기준으로 한진해운의 선복량은 61만 7000TEU로 세계 선복량의 3%, 현대상선은 43만 6000TEU로 2.1%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8월 기준으로 국적 선사 선복량은 세계 선복량의 1.7%로 지난 1년간 3.4%나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지난 1년간 상위 5대 선사 선복량 점유율은 2016년 8월 52%(1079만TEU)에서 올해 8월 58.4%(1231만TEU)로 상승했다.

국적 선사의 세계 물동량 점유율은 절반 정도로 줄었다. 2015년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물동량 점유율 합계는 11.9%에 달했다. 하지만 한진해운 파산으로 올해 국적 선사 시장 점유율은 5.7%에 머물고 있다. KMI 측은 "세계 7위였던 한진해운의 파산은 세계 물류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가 컸고 한국 해운의 신용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이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

■해운산업 재건을 위한 대책

KMI 측은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한진해운이 잃은 선복량 이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으로 단기간에 선복량 확보가 쉽지 않고 경쟁 선사들은 계속 선대를 확충해왔기 때문이다. 올해 8월 말 현재 국적 선사 선복량은 40만 8500TEU(현대상선 35만 3000TEU, SM상선 5만 1500TEU)에 불과하다. 현재 세계 6위 선사인 Evergreen 선복량은 104만 7000TEU나 된다. 세계 7위인 OOCL 선복량은 76만 4000TEU 수준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선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단일 선사 규모로 77만∼100만TEU 규모의 선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대상선이라면 77만TEU 대비 약 42만TEU, 100만TEU 대비 65만TEU 정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선박으로 치면 1만TEU 선박 40∼65척 정도다. 이들 선박을 구매하려면 4조 1900억 원에서 6조 800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설립될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선박은행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확보된 예산을 토대로 선박 건조를 발주하고 신조 선박을 국내 선사에 용선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KMI 측의 판단이다. 우리나라 해운기업은 높은 부채비율로 금융을 이용한 선박 대체나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해외 터미널 투자는 물론 선사 간 인수 합병이나 지분 투자 지원도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국적 정기선 선사의 인수합병을 통해 선대 확장과 세계 물류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말이다.

KMI 측은 "선박 투자 주체를 선사나 화주사, 금융사, 일반 국민에게까지 확대해 선대 확충 기반을 조성하자"고도 제안했다. 이를 위해선 투자자에 세제 혜택을 주고 대형 화주나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한국형 선박투자펀드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KMI 측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운항 전문선사 육성, 선주와 화주 협력을 통한 국적선 적취율 제고, 부산항의 타부두 환적 해결 방안 모색, 해운산업발전위원회 설립 등도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