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김건모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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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가창력 끝판왕'으로 불린 가수 김건모의 가창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사실. 1968년생인 그도 우리 나이로 50세임을 감안하면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가수로서는 한물갔지만 그는 최근 예능의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SBS 예능프로 '미우새(미운 우리 새끼)'가 그 무대이다.

'미우새'에서 그는 '쉰모' '소주믈리에(소주+소믈리에)'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며 소주 마니아로서 기행과 기발한 이벤트를 유감없이 보여 준다. 대표적인 게 소주 '정술기'. 가정용 정수기의 물통 대신 30ℓ짜리 초대형 물통을 주문제작해 꽂은 뒤 소주를 가득 채운다. 손님들이 오면 물 대신 소주를 따라 마신다. 그뿐인가. 스위치를 작동시키면 소주가 조명과 함께 천장으로 솟구치는 '소주 분수'를 만들고 소주 빈병 300여 개로 빨래건조대와 옷걸이 등을 활용해 '소주 트리'를 만든다. 와인 냉장고 대신 소주 전용 냉장고를 구입해 최적의 소주 온도를 유지하며 즐기는 그는 가히 '소주의 신'으로 불릴 만하다.

각 지역의 소주를 맛보러 다니는 '소주 기행'은 그다운 취미. 한번은 제주도에 갔다. 제작진이 제주 소주를 맛본 소감을 물었다. '소주믈리에'의 대답이 가위 일품이다. "부부싸움을 했어! 부부 중 하나는 집을 나가야 하는 상황이야. 문을 박차고 나가는데 와서 잡는… 맛?" 스튜디오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던 김건모 모친 반응이 더 걸작이다.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지! 아이고 참, 못살겠다."

불감청고소원인가. 김건모가 소주 업체의 광고 모델이 됐다. 부산의 향토기업 대선주조와 1년 광고 계약을 맺은 것. 대선 측은 올 6월 진행한 모델 추천 이벤트에서 김건모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건모의 발탁에 대해 여론은 반반. 예전에 비해 소주 소비층 중 여성 비중이 크게 늘어난 데다 예능 프로에서의 그의 인기를 생각하면 탁월한 선택이라는 평가가 있다. 반면 아직까지 20~30대 남성이 최대 소비층이고, 소주 모델은 전통적으로 20대 미혼 여성이었던 점에 비춰 무리수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실제로 아이유, 수지, 박보영, 혜리 등 젊은 여성 모델들이 소주 광고 시장을 분점하고 있다.

대선주조와 김건모의 인연이 아름다운 만남일지 '잘못된 만남'일지, 소비자의 선택에 달렸다.

윤현주 논설위원 hoh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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