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욕구 거세당한 노인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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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양학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한 노인이 많아졌다. 이들은 젊은이와 다를 바 없는 성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성적 욕구를 표출이라도 할라치면, 오직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자식 혹은 주위로부터 '나이가 몇 살인데 주책이야'라는 비난을 듣는다. 이 때문에 성 욕구를 거세당한 채 살아가는 노인이 많다.

노인도 건강한 성생활이 필요하고, 또 성생활을 할 권리도 있다. 규칙적인 성생활은 장점이 많다.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고 육체적인 활력을 주며, 몸의 순환기관을 튼튼하게 해준다. 남성의 경우 음경이나 고환의 위축을 방지해 전립선 비대증 예방에도 좋고, 여성은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 감기나 독감도 예방해 주는 등 건강에 아주 좋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학자들은 우울할 때나 신경이 날카로울 때,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처방으로 술이나 약 대신 섹스나 애무를 권하곤 한다. 오르가슴에 도달하면 뇌가 자극받아 활성화되고, 엔도르핀이 분비되면서 내장 기능이 좋아지고 혈액 순환이 원활해져 피부에 혈색이 돌고, 눈빛도 생기로 가득 찬다. '사랑에 빠지면 예뻐진다'는 말도 모두 여기에서 연유한다.

실제로 최근의 연구 결과, 40대에 무사히 분만한 여성이나 100세 이상 장수한 여성 가운데 매주 성관계를 맺는 여성이 많았다. 이러한 여성의 경우 다른 여성보다 더 건강하고 혈중 에스트로겐의 농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진료를 보다 보면 성적 갈등을 겪는 노부부가 아주 많다. 아내의 폐경기를 전후해 아내가 잠자리를 거부해 남편이 불만을 호소한다. 폐경기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분비되지 않아 노년의 여성이 성 기능 장애를 겪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부부간의 금슬에 있다.

젊었을 때부터 관계가 원만했던 부부가 나이가 들어서도 성생활의 기쁨을 오래 유지한다. 가부장적인 문화가 지배했던 가정에서는 성생활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노인이 행복하게 황혼기를 보낼 수 있을까. 성욕이 있다는 것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다는 증거다. 성욕이 있다고 주책이라고 나무라는 것은 아주 잘못된 편견이다. 노인의 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없애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건강한 섹스는 건강한 가족과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차영일


차영일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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