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열린 '청년문화 세미 엑스포' "우린 혼자가 아니에요, 청년의 끼와 패기로 세상을 바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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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전국청년문화 세미 엑스포에 참가한 청년들이 무대 위에서 우산을 들고 공연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청년단체들이 자기만의 독특한 부스를 만들고 각종 체험과 전시물을 설치해 관심을 끌었다. 비밀기지 제공

'2017 전국청년문화 SEMI-EXPO'. 전국 100여 개 청년단체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청년들은 '전국 청년문화발산 SHOW(쇼) 니캉내캉'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붙였다. 8월 19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놀이마루에서 열린 이 행사의 부제 또한 멋졌다. '100명의 연금술사, 그들을 만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돌에서 보석을 뽑아내는 연금술사처럼 되고픈 것일까. 직접 가 보니 이날 행사는 '청년 운동회' 또는 '청년 페스티벌'이었다. 부스에는 단체의 특색에 맞는 각종 체험과 청년단체 소개 코너가 있었고, 운동장에 마련된 주 무대에서는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졌다. 뙤약볕 아래였지만 신나는 하루. 각자의 위치에서 하는 고민을 풀기 위해 한 곳에 모이자는 취지의 행사였다. 부산 청년단체 비밀기지가 주최했다.

부산 청년단체 '비밀기지' 주최로
전국 100개 단체 200명 모여 난장

전시 부스·공연·퍼포먼스 통해
활동 알리고 사회적 메시지 공유

"무에서 유 창조하는 연금술사처럼
청년 연대해 더 좋은 세상 만들자"

청년문화 세미 엑스포 개막식을 마친 청년들이 '100인의 연금술사 그들을 만나다'란 펼침막과 함께 무대 위에 모였다.
■청춘 순례의 소중한 결과물

부산 청년단체 비밀기지(기지장 권혁석)는 지난 3월 5박 6일 동안 전국 청년단체를 찾아 청춘 순례를 떠났다. 권 기지장은 '나의 성장과 비밀기지의 성장, 그리고 청년 활동의 성장을 위한 이야기를 모아오자'고 기획했다. 기록을 담당한 박정오 씨는 지난 3년간 부산에서 실컷 놀았으니 이제는 전국구로 진출하겠다는 큰 뜻을 세웠다. 영상 기록을 맡은 손예영 씨는 '순례의 끝에 내가 찾는 답이 있기를' 기원하며 떠났다. 청년들은 부쩍 성장해 왔고, 그 자양분이 '100명의 연금술사'를 만나는 큰 축제로 분출했다.

"부산 70여 명의 청년과 단체, 부산 외 전국에서 34개 팀이 참가했습니다. 전국구입니다." 오픈 세리머니 사회를 맞은 김상수 씨가 말했다. 김 씨는 사회를 보며 연극을 하는 친구들과 행사의 취지를 소개하는 퍼포먼스도 함께 했다. 더운 날씨 탓인지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개막식에서는 콩주머니로 박 터뜨리기 행사가 진행되었다. 준비팀들이 너무 꼼꼼히 만들어서인지 박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청년들이 힘을 냈다. 마침내 터진 박 속에서 '100인의 연금술사' '그들을 만나다'란 현수막이 펼쳐졌다. 청년들은 환호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부산 대학생 청년단체 '평화나비'
놀이마루의 실내 공간에 특별 전시장이 있었다. '연금술사 그리고 기록'이라는 사람 전시회였다. 기성 사회의 틀에 갇힌 청년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주체적인 삶의 모습을 살아가는 청년 31명의 사진을 대형 브로마이드로 만들어 전시해놓았다. '특별함을 디자인하다'의 주인공인 체대생 하헌중 씨. 식스팩이 멋진 사진이 걸려 있다. '체대생이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다니며 특이한 시선을 많이 받았는데 그게 반복되면서 저만의 특별함이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부산 청년정책네트워크 활동가 엄창환 씨와 꿈을 꾸고 그 꿈을 따라 걷는 부산 대외활동 청년 활동가 이기송 씨도 있었다. 멋졌다.

■대구, 진주, 서울서 달려와

전국의 '연금술사'를 만날 수 있는 홍보 부스에는 눈에 띄는 전시물이 많았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작은따옴표'는 4명의 회원이 왔는데 모두 인도 전통 복장을 닮은 파란 바지를 입었다. 꽁지머리가 예쁜 남자 장서영(25) 대표가 말했다. "행사를 할 때마다 저희만의 분위기를 내려고 노력해요. 나름 문화단체잖아요"라며 청년들의 기상을 닮은 청색과 녹색 계열은 청년의 희망을 상징하는 작은따옴표의 트레이드 마크란다. 
서울에서 온 친환경예술단체 '작은따옴표'
작은따옴표는 사회문제를 예술로 풀어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특히 이들이 진행한 아트래쉬(ARTRASH)는 길거리의 쓰레기를 화폐로 대체하여 쓰레기를 줄이면서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작은따옴표의 부스는 '아트래쉬 존'. 화려한 꽃장식을 한 부스에는 '쓰레기를 가져오시면 예술로 바꿔 드립니다'란 플래카드를 달아놓았다.

대구에서 온 청년단체 '메세지팩토리'의 성영덕 기획팀장은 "누구나 메시지를 갖고 있다. 청소년과 청년의 다양한 목소리를 사회적 메시지로 전달하는 것이 우리 단체다"고 소개했다. 2014년 협동조합으로 발족한 메세지팩토리는 대구 달서구 두류동에서 주민들과 공동 활동을 하며 마을을 알리는 사업도 열심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산7동 안전마을'이라는 마을잡지를 만들었다. 안전마을 활동은 주로 안전체험관 방문, 안전한 화장품 만들기 체험, 안전마을 축제는 물론 마을 화합을 위한 다문화체육대회와 김장김치 나누기 등의 행사도 이끌었다. 야학과 봉사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메세지팩토리 협동조합을 만든 노경민 이사장은 "마을 사랑을 실천하기 위한 대구 구지도 퍼즐 맞추기, 역사 바로 알기 게임 '시간 여행자' 등을 만들어 주민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진주에서 온 '등 비빌 언덕 청년 협동조합'의 주수진 이사장은 "우리 협동조합은 지역의 청년들이 모여 서로 소통하고 위로하며 생산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소는 자기 등의 가려움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등 비빌 언덕'이 필요한데 협동조합의 이름을 이렇게 지은 것은 그 언덕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들은 진주시 칠암동에 있는 천전시장의 한 공간에 카페를 운영한다. 이 공간을 활용해 지역 청년들과 만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지역 주민들과도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런 청년단체들의 깨알 같은 자랑은 부스 곳곳에서 이뤄졌다.

■자부심 가득한 행사에 공감
부천에서 온 청년단체 '노모'의 퍼포먼스.
놀이로 세상을 바꾸자는 노는 모임 '노모' 부스에서는 이미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왕이 된 사람을 극진하게 모시는 두 사람은 신하와 보디가드로 변신한 노모의 회원. 부천시를 무대로 하는 노모는 놀이를 통해 사업을 홍보하고 정책을 알리는 독특한 접근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부산 평화나비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대학생들의 모임.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하라며 세계 1억 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자기 몸의 소중함을 예술로 알리는 '온 아트 프로젝트' 팀도 있었다. 배움과 실천의 공동체 '고치(고치는 집)' 부스에는 반창고를 마련해 놓고 '반창고를 붙여 주세요. 상처를 보여줘도 좋아요. 여긴 고치는 집이니까요^^'라고 해 놓았다.
건전한 성문화를 추구하는 부산의 '온 아트 프로젝트'팀.
전시 행사와 별도로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춘천, 그리고 광주에서 각각 활동 중인 청년단체 대표들이 '청년 단체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토론식 강연을 진행했다. 주제가 너무 딱딱하다고 느낀 주최 측은 즉석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잘 살 방법'으로 바꿨다. 춘천 문화인력양성소 '판'의 오석조 대표, 서울 '동네형들' 박도빈 대표, 광주 '청년문화허브' 정두용 이사장, 부산 비밀기지 권현석 기지장은 '함께'라는 키워드로 이야기했다.

권 기지장은 "청년 단체가 일을 재미있게 하려면 함께 하는 의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비밀기지가 운영하는 '청년 헛짓거리 반상회'나 이번 엑스포 행사처럼 전국의 청년단체들이 연대 의식을 갖고 함께 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잘 할 수 있다는 것.

이날 마무리는 참가 단체들이 가야금, 힙합, 노래, 댄스,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퍼포먼스로 장식했다.

"청년 단체들이 서로 의지하고 함께 하니 이런 큰일도 너끈히 해내잖아요. 전국 단위든 지역에서든 함께 해야 좋은 겁니다. 더 재미있게 활동할게요." 비밀기지 권혁석 기지장이 활짝 웃었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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