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지진 유족들 수미르공원서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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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부산 중구 수미르공원에서 열린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희생자 추모제에서 유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30일 오전 10시 30분. 부산 중구 중앙동 수미르공원에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피해 유족 일곱 가족이 모였다. 수미르공원은 1923년 일본 관동 지방 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 수천 명이 일본으로 향하기 전 모였던 곳이다. 유가족들은 울렁이는 바다를 향해 추모제를 지냈다.

울산에서 온 박재균(61) 씨는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로 할아버지를 잃었다. 할아버지 고 박덕수 씨는 1922년 일용직 노동자로 돈을 벌기 위해 일본 관동 지방으로 갔다.1923년 관동대지진이 발생한 뒤 할아버지는 연락이 끊겼다. 경북 의성에 살던 박 씨의 아버지는 시신도 수습하지 못한 채 가묘를 만들었다. 당시 독립신문에는 관동대지진 이후 조선인 6661명이 학살됐다고 기록됐다. 박 씨는 "매년 할아버지 묘에서 제사를 지내지만 이렇게 유족들이 모여 추모제를 지내는 것은 처음이다"며 "할아버지가 어떻게 돌아가시게 됐는지 알고 싶은 마음에 추모제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합동추모제 94년 만에 처음
일제역사관서 유족회 발족


이날 추모제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대학살 당시 희생자 유족들이 유족회를 발족(본보 22일 자 10면 보도)하면서 열리게 됐다. 박 씨를 포함해 당시 희생자 유가족들이 합동으로 추모제를 지내는 것은 94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오후 2시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는 유족회 발족식도 열렸다. 발족식에서는 당시 학살 당한 조선인들을 주제로 하는 영화 '제노사이드-93년의 침묵' 예고편도 공개됐다. 영화는 1980년대부터 관동 대지진 조선인 학살 관련 영화를 만들어 온 재일교포 오충공(62) 감독의 3번째 작품이다. 오 감독은 20여 년간 관동대지진 학살 관련 영화를 만들며 유족을 만났다. 오 감독의 권유로 유족들은 향후 진상규명, 배상 문제를 위해 유족회까지 결성하게 됐다.

오 감독은 "정부 차원에서 진상규명도 하고 유족들을 보듬어야 하는데 영화 제작 과정에서 이렇게 유족회가 만들어진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고 말했다.

유족회는 앞으로 한·일 정부의 공동 진상규명과 이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에 배상 등도 요구할 계획이다. 유족회 대표 권재익(61) 씨는 "영화감독, 부산, 일본 시민단체의 관심으로 관동 조선인 대학살 문제가 다시 조명된만큼 우리 정부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고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행동을 바란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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