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왜곡 보도 대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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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①<부산신항 무단 주차 컨테이너 트레일러 들이받아 운전자 숨져>

②<무단적치 컨테이너 섀시 밑으로 차량 돌진..운전자 숨져>

③<도로변에 세워둔 컨테이너박스 들이받은 차량 운전자 사망>

④<불법주차 컨테이너 새시 충돌/승용차 운전자 현장에서 숨져>

⑤<불법주차 화물 컨테이너 들이받은 트랙스..운전자 숨져>

며칠 전 일어난 같은 사건을 다룬 기사 제목들이다. 한데,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건 ①번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사실과 다르게 보도하고 있는 것. 우선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트레일러(trailer): 동력 없이 견인차에 연결하여 짐이나 사람을 실어 나르는 차량. =부수차(附隨車).

*트레일러트럭(trailer truck): 트레일러를 끌도록 된 자동차. 기관과 앞의 운전실만 있고 뒤에 트레일러를 연결하는 장치가 있다.

이러니, 흔히 트레일러라고 부르던 게 실은 트레일러트럭이었던 것. 현장에선 '추레라'라고도 부르지만, 국립국어원은 표준사전에 '북한말'이라 밝혀 놓았다.

제목 ②가 다른 제목들과 다른 건 '무단적치'라는 말. '적치'는 높이 쌓는다는 이야기이지만 현장에는 컨테이너 하나를 실은 트레일러뿐이었다.

②에서는 '컨테이너 섀시'도 잘못이다. 알다시피 컨테이너는 '화물 수송에 주로 쓰는, 쇠로 만들어진 큰 상자'이고 속은 비어 있다. 반면 '섀시(chassis)'는 자동차 따위의 차대(車臺), 그러니까 '차틀'을 가리킨다. 즉, 자동차에 엔진과 각종 장치를 달기 전의 뼈대인 것. 그러니 컨테이너를 싣고 다니는 트레일러와는 차이가 있다.

③에서는 컨테이너박스를 들이받았다는 묘사가 잘못. 컨테이너가 실려 있는 트레일러를 받았다.

④에서는 '새시'가 영 엉뚱한 소리다. 새시(sash)는, 알루미늄 따위로 만든 '창틀'.

⑤에서도 '컨테이너 들이받은'이 '트레일러 들이받은'으로 바뀌어야 한다.

여기까지 보면, 세상에 쏟아지는 수많은 기사가 얼마나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지 한눈에 실감할 수 있다. 언론 보도뿐만 아니라 모든 말과 글을 대할 때 의심을 품어야 하는 이유다. 생각하고 검증하며 받아들여야 왜곡에 휘둘리지 않을 터.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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