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대 김라연 교수가 제안하는 '학습 독서법'] 읽기만 하면 사고력 커지나요? '나만의 기록'이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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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도 무조건 많이 보기보다는 사고력을 키우는 독서 전략이 필요하다. 부산일보DB

책을 많이 읽기만 하면 사고력이 커질까? 신라대 국어교육과 김라연 교수는 사고력을 키우는 독서에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의 사고와 책을 적극적으로 만나게 하는 활동이 요구된다는 이야기다. 이른바 '학습 독서'. 특히 교과서는 학습 독서를 위한 최적의 도구다. 김 교수의 도움말로 교과서를 활용한 학습 독서법에 대해 알아본다.

창의·사고력 키우는 '학습 독서'
최적의 도구는 다름 아닌 교과서
반복 독서 후 중요도 스스로 판단
'자신의 방식으로 기록' 뒤따라야
도표 등 시각화하면 더 오래 기억

■교과서를 읽자

학교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학습은 교과서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교과서의 내용을 충실히 이해하는 것이 학습의 시작이다. 교과서를 달달 외우고, 무조건 수용하라는 말이 아니다. 교과서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 또는 교과서를 활용한 창의적인 사고도 교과서 내용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종종 학부모와 학생은 교과서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교과서는 수업시간에만 읽고, 학교에 놔두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가정에서 학습은 참고서나 문제집 풀이를 통해 주로 이뤄진다. 김 교수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위해서는 참고서 대신 교과서를 읽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고서는 중요한 내용을 잘 정리해 놓아 빠른 시간에 중요한 정보를 학습하기에 좋지만, 글 속에서 중요한 정보를 찾는 능력을 키울 수는 없다는 것.

김 교수는 "새로운 정보를 찾아서 나에게 맞는 지식을 추려내고 머릿속에 저장하는 전 과정이 학습 독서"라며 "교과서 속 지식을 익히는 것보다 학습 독서법을 익히는 것이 평생에 걸친 배움을 위해 필요한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기록은 사고력을 키운다 
 
책을 읽으면 많은 생각이 일어난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만 잠깐 이루어지는 생각들은 금방 사라진다. 김 교수는 단순히 읽는 것만으로는 사고력 신장이 어렵다고 한다.

김 교수는 "흔히 주어진 활자를 읽는 데서 독서가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중요한 독서는 책을 읽고 난 뒤부터 이루어진다"고 했다. 읽은 내용의 요점을 정리하거나 이전에 읽었던 다른 내용과 비교 대조를 하거나 '나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의 활동을 통해 사고력이 확장된다는 것. 이런 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록' 행위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흔히 학교 수업시간의 필기는 글의 중심내용 파악하기, 글 구조 파악하기, 그리고 요약하기와 밀접하게 관련된다"며 "교사가 불러주거나 교과서 내용을 베끼는 식이 아닌 자신만의 노트하기로 학습 독서가 완성된다"고 말했다.

■여러 번 제대로 읽어라

학습 독서는 글의 핵심 내용만 찾을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정보들을 모두 이해하고 학습하는 것이다. 교과서는 어떤 책보다도 꼼꼼한 독서가 필요하다.

교과서를 정독하면서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결정한다. 이때 핵심은 반복 독서와 중요도 판단.

교과서를 한 번만 읽어 중요한 내용을 결정하기 어려우므로 여러 번 읽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제목과 소제목, 그림과 삽화 등도 꼼꼼히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이뤄져야 하는 질문은 '나에게 중요한 정보가 무엇인가?' '어떤 정보가 더 중요한 정보인가?'라는 중요도 질문이다.

김 교수는 "내가 공부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야말로 자기주도적인 학습의 핵심"이라며 "뇌는 중요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하려 한다는 연구 결과에 비추어 볼 때, 중요도 판단은 학습 독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때 교과서에서 기술하는 설명 방식을 파악하면 중요 내용을 찾기 쉽다. 사실 모든 교과서는 큰 틀에서 설명문이다. 과목마다 다루는 내용이 달라도, 다루는 대상의 내용을 정의하고, 그 특징을 나열한다.

또 특정 대상의 특징을 선명하게 설명하기 위해 유사한 대상과 비교 대조의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현상의 원인과 결과를 이야기하거나 문제와 해결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수학 교과서 역시 문제와 해결법을 숫자와 기호를 사용해 제시하는 구조다.

■자신만의 교과서를 만들어라
학습 독서 노트.
교과서 읽기 다음 단계는 기록이다. 우리 뇌가 기억하기 좋게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시각화 방식은 다양하다. 정의와 예시, 원인과 결과, 비교와 대조 등 교과서의 설명 방식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시각화 방법을 스스로 찾는다. 벤다이어그램이나 도표, 마인드 맵 등이 대표적이다. 그림을 이용한 기록은 중요한 내용에 밑줄 그은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보다 기억에 효과적이다.

김 교수는 "자신만의 기록법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전혀 감을 잡지 못한다면 시중의 코넬 노트법 등 다양한 노트법을 참고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고, 이해하기 쉬운 방법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신만의 기록법을 찾기 위해서는 같은 내용을 여러 방식으로 기록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학습 독서 노트.
자신만의 학습 노트에는 교과서뿐 아니라 각종 관련 자료를 추가로 기록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교과서, 교사의 설명, 참고서나 다른 책의 정보 등을 한 권에 기록한다. 이렇게 하면 자신만의 교과서, 혹은 책이 완성되는 것이다.

만약 시험에서 이 노트를 활용한다면 반복적으로 노트를 읽고, 자료를 추가하면 된다.

김 교수는 "기록은 학습 방법 이전에 독해 전략인데, 기록을 위해서는 사고를 확장시키는 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자기주도적 학습을 위해서는 학습독서 역량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지연·임태섭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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