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도시 먹칠하는 해운대해수욕장 악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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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동백섬 인근으로 흘러드는 춘천천에 생활하수와 오수 찌꺼기 등이 뒤섞여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어휴, 무슨 냄새야?"

22일 오후 3시께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동백섬 입구에선 한 무리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마천루를 배경으로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는 데 한창이었다. 미지근한 바닷바람이 불 때마다 고약한 악취가 물큰 코를 찔렀고 사람들의 표정도 덩달아 일그러졌다. 뿌옇게 흐린 바다에는 오수 찌꺼기와 각종 부유물이 뒤엉켜 물살에 넘실거리고 있었다. 산책을 나온 인근 주민 정 모(48·해운대구 우동) 씨는 "춘천천 수질이 안 좋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오늘같이 비가 오고 습한 날엔 악취가 더욱 심해진다"며 "동백섬에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데 자칫 해운대의 이미지를 흐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해운대 가로지르는 춘천천
온갖 생활하수 흘러들어와
동백섬·해수욕장 냄새 진동
비 오거나 습한 날 더 심해
구청에 항의해도 "모른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 동백섬 일대에서 풍기는 악취로 주민과 관광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국내 최고 휴양지라는 명성답지 않게 십수 년간 메스꺼운 냄새가 연일 끊이지 않으면서 국제적인 관광도시라는 명성에 십수 년간 먹칠하고 있지만, 근본적 원인 해결이 지지부진해 부산시와 해운대구가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해운대를 가로지르는 도심 하천인 춘천천은 장산에서 발원한 뒤 해운대신시가지를 거쳐 해운대해수욕장 앞 복개도로를 타고 들어 10㎞가량 동백섬 앞바다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주택가, 온천, 호텔지대를 지나오면서 온갖 생활하수가 춘천천으로 흘러나온다. 동백섬 앞바다에 퇴적된 토사와 폐기물은 20년 넘게 고질적인 악취의 온상이 되고 있다. 현재 부산지역의 하수관로 대부분이 빗물과 오수가 함께 흘러가는 합류식 하수관로인 탓이다.

특히 춘천천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인 해운대 동백섬 일대는 야경 명소로 인기를 끌면서 국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해운대 대표 관광지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탁한 수질과 고약한 냄새로 피서객과 주민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악취는 해운대해수욕장 동백섬 주변에서부터 마린시티 쪽에 위치한 관광유람선 선착장 일대까지 이어진다. 동백섬 인근의 한 아파트 주민은 "창문을 열 때마다 불쾌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들어와 짜증이 난다. 구청에 항의해도 '잘 모르겠다'고 하니 화가 난다"고 하소연했다.

악취 민원이 잇따르자 해운대구청은 올해 초 3억 원가량을 들여 동백섬 일대에 토사를 들이붓는 공사를 벌이기도 했지만,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크다. 해운대구 건설과 관계자는 "빗물과 오수를 분리하는 분류식 하수관로 설치공사가 끝나면 춘천천으로 유입되는 생활하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부산시 전역에 대한 분류식 하수관로 사업은 오는 2030년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사진=민소영 기자 miss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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