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살인자에 대한 양형(量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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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호 변호사

올 3월 인천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에서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17세 김 모 양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8세 초등학생을 유괴해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아파트 옥상 물탱크에 유기한 것이다. 유괴부터 살인, 사체유기까지 2시간 안에 끝낼 정도로 범행은 치밀하고 주도면밀하게 이루어졌다. 모든 범죄에는 동기가 있기 마련. 사건을 파헤치다 보니 19세 박 모 양이 등장했다. 이들은 2월께 트위터를 통해 알게 돼 동성 연인 관계로 발전한 뒤 '캐릭터 커뮤니티(character community)'에서 살인을 주제로 역할극을 벌이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이거나 신체를 훼손하고 살인을 사냥으로 미화하며 카타르시스를 즐겼다. 한 평범한 가정의 귀한 딸이 아무 이유 없이 이들의 공격 대상이 되어 허탈하고 처참하게 희생된 것이다.

현재 인천지법에서는 김 양과 박 양에 대한 형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당초 김 양에게는 살인 및 사체유기, 박 양에게는 살인 방조의 혐의를 적용하여 구속기소하였다가 얼마 전 박 양의 죄명을 살인으로 바꾸었다. 박 양이 처음부터 김 양과 살인을 공모했다고 본 것이다. 현재 김 양과 박 양은 혐의를 적극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설령 유죄 판결을 받는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형이 선고될지에 관하여 의견이 분분하다. 과연 이들은 어떤 형사처벌을 받게 될까.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10대 2명 치밀한 범행 충격적

18세 미만 소년범 낮은 법정형
'심신미약' 적용되면 또 감경

법 감정과 동떨어진 처벌은
국민의 사법 불신만 불러


살인죄에 관한 일반조항은 형법 제250조로 '사람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피해자가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이므로 김 양과 박 양은 특별법인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2 제2항 제2호에 따라 사형 또는 무기징역 중 하나를 선고받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김 양의 나이다. 2000년생으로 올해 만 17세인 김 양은 소년법 대상자다. 소년법 제59조는 '죄를 범할 당시 18세 미만인 소년에 대하여 사형 또는 무기형으로 처할 경우에는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징역 15년이 아닌 20년을 선고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김 양에게 살인의 혐의가 인정되어도 길어야 20년밖에 선고할 수 없는 것이다. 형기를 다 마치고 나와도 김 양의 나이는 불과 37세다.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할 경우 그 전에 가석방으로 조기에 출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것만으로도 법의 한계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여기에다 김 양의 변호인은 '심신미약'에 따른 감형까지 주장하고 있다. 우리 형법 제10조 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한다. 조금이라도 형을 감해 보기 위해 변호인들이 전가의 보도처럼 들먹이는 조항이다. 김 양은 자신이 범행 당시 조현병 또는 아스퍼거 증후군 등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 주장하며 재판부에 감형을 호소하고 있다. 만일 김 양의 이러한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20년의 형은 절반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김 양에 대한 심리상담 결과 정신병이 아닌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와 김 양의 주장은 배척될 가능성이 높다. 설령 김 양의 심신미약 주장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형법 제10조 제3항은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상의 캐릭터 놀이에 빠져 스스로 판단능력을 저하시켰다고 보아 심신미약의 감경을 적용하지 않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될 때마다 법원의 양형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았다. 턱없이 낮은 형의 선고는 사법 불신을 초래함과 아울러 피해 가족을 두 번 죽이는 것과 다름없다. 아무런 반성이나 뉘우침 없이 범행의 고의를 부인하며 어떻게든 낮은 형을 받으려 몸부림치는 이들의 모습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 사이에서 더 높은 형의 선고를 가능하게 하는 법 개정의 움직임이 있으나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김 양과 박 양은 과연 얼마의 형을 선고받게 될까. 판결문은 이 사건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국민의 답답함을 해소해 줄 수 있을까. 법원의 판결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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