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북·미, 일촉즉발서 일보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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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곧 충돌할 것처럼 마주 달리던 '북-미 열차'의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가시 돋친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 위기지수를 급격히 고조시키던 북한과 미국의 대립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美 행태 지켜볼 것"
괌 포위사격 가능성 낮아져
미국도 '외교적 해법' 무드

양국 '대립 국면' 전환 기대
섣부른 낙관론 우려 지적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14일 전략군사령부 지휘소에서 김락겸 사령관으로부터 예고했던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미제의 군사적 대결 망동은 제 손으로 제 목에 올가미를 거는 셈"이라며 "비참한 운명의 분초를 다투는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미국의 행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괌 포위사격이 당장 이뤄질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미국 언론들은 김 위원장이 '핵전쟁 벼랑 끝'에서 한 발 물러났다고 평가했다.

앞서 '화염과 분노', '군사적 해결책 장전 완료' 등을 언급하며 북한과 '치킨 게임'을 벌이던 미국도 최근 긴장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13일 잇따라 '외교적 해법'에 방점을 찍는 듯한 언급을 내놓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나만큼 평화해법을 선호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 이후 한반도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누구도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며 북한은 물론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처럼 북·미 갈등 국면이 전환 조짐을 보이면서 꽉 막힌 북핵 해법 논의가 재개될지 주목된다. 북한과 미국이 수 개월째 가동 중인 '뉴욕 채널'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물론 섣부른 낙관론이라는 지적도 만만찮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미국놈들이 위험천만한 망동을 계속 부려대면 이미 천명한 대로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1일 시작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연습을 명분으로 언제든 도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동국대 김용현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을 자극하는 미군의 전략자산 전개를 안하거나 줄이는 등의 조치를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미가 북한의 위협 때문에 예정된 훈련 일정에 변화를 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의 발언은 미국의 행동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보인 것"이라며 "실제 발사가 이뤄지기 전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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