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안 먹히는 부산항 신항 '선석 공동 운영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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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 신항 효율성 제고를 위해 시행하는 선석 공동 운영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신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항 신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을 위해 장시간 대기하는 선박 문제 해결을 위해 시행한 선석 공동 운영 시스템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선석 공동 운영 시스템은 지난해 말 부산항 신항 부두 운영사 5곳이 서로 비어 있는 선석을 활용하자며 맺은 협약을 통해 구축됐다. 협약에 따라 어떤 부두에 컨테이너 화물이 몰려 선박 대기시간이 길어질 경우 비어 있는 다른 부두의 선석을 활용해 화물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면 선박 대기시간이 줄어 부산항 신항 운영 효율성이 높아진다.

체선 막을 '묘수' 기대 불구
올 상반기 이용 43척 불과

화물 추가 이송비용 발생 탓
부두 운영사들 활용 꺼려
효과 미미, 선박 대기 늘 듯

부산항만공사(BPA)는 10일 발표한 올해 상반기 부산항 신항 선석 공동 운영 성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신항 부두 운영사들이 선석 공동 운영 시스템을 많이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까지 신항에서 원래 화물을 내리기로 계약한 부두가 붐벼 다른 부두를 이용한 선박(전배)은 모두 43척에 불과했다.

4월에만 34척이 일시적으로 몰렸고 1월에는 7척, 5월과 6월에는 각각 1척에 불과했다. 2월과 3월에는 아예 전배가 없었다. 4월에 전배가 몰린 건 이유가 있다. 당시는 세계 해운동맹이 재편되는 시기였다. 2M, CKYHE, G6, 오션3 등 해운동맹 4곳이 2M+H, 오션, 디얼라이언스라는 3강 체제로 바뀌었다. 이렇게 되면서 각 해운동맹은 신항 부두 운영사 5곳과 새로운 계약을 시도했다. 이에 따라 각 해운동맹 소속 선사들은 기항 터미널을 조정받을 수밖에 없어 신항 선석과 야드가 혼잡해졌다. 부산항만공사 측은 "해운동맹 재편 과정에서 신항 2부두와 3부두에서 전배 선박이 상당수 발생했다"고 밝혔다. 세계 1위와 2위 선사가 있는 최대 해운동맹 2M+H가 3부두와 새로 계약을 맺으면서 선석이 복잡해졌다. 이처럼 선석 공동 운영 협약이 활성화되지 못한 건 비용 때문이다. 만약 원래 계약한 부두가 붐벼 선석 공동 협약에 따라 다른 부두에 컨테이너 화물을 하역했다고 하면 다시 원래 부두 야드로 컨테이너를 옮겨야 한다. 이때 비용은 부두 운영사가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이익 감소를 우려한 부두 운영사들이 다른 부두 선석 이용을 꺼리게 된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다른 부두 선석을 활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선석 공동 운영 협약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올해도 부산항 신항에서 12시간 이상 대기하는 선박(체선)은 늘어날 전망이다. 2013년 8척에 불과했던 신항 체선 수는 2014년 34척, 2015년엔 86척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100척이나 됐다. 올해도 상반기까지 신항 체선 수가 이미 68척에 달한다. 부산항만공사 측은 "앞으로 체선 증가 이유를 조사하고 선석 공동 운영 시스템을 점검해 활성화할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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