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모델이 작가 아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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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곽한영

<작은 아씨들>의 저자 루이자 메이 올컷(왼쪽)과 미국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 있는 올컷 가족이 살던 집. 창비 제공

하늘을 날아다니는 피터 팬, 상상력 풍부한 빨간 머리 앤, 가난하지만 씩씩한 네 자매 작은 아씨들, 장난꾸러기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 느리지만 속 깊은 곰돌이 푸 …. 모두 명작 동화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이다.

곽한영 부산대 사범대학 교수가 최근 펴낸 <피터와 앨리스와 푸의 여행>은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명작 동화 10편을 골라 그 책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또 작가의 삶과 사상, 당대의 출판 환경까지 그 책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도 함께 소개한다. 한마디로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인 셈이다. 저자는 2015년 안식년을 맞아 방문한 캐나다의 헌책방에서 '키다리 아저씨' 초판본을 발견한 뒤 명작 동화 초판본을 수집하는 취미가 생겼다고 한다. 

작가 밀른 '푸'로 스타작가 됐지만
아들은 친구들 놀림에 고통받아

가난 속에서 탄생한 '작은아씨들'
지리수업 교재였던 '닐스의 모험'
명작 동화 10편 뒷이야기 담아


저자가 발굴해 낸 작가들의 삶은 때로 처연하고, 때로 비장하다. <작은 아씨들>의 루이자 메이 올컷은 원래 새로운 시대의 독립적인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자 했던 작가이다. 아버지의 강요와 경제적인 고통 때문에 <작은 아씨들>을 쓸 수밖에 없었지만, 얼핏 통속적인 소녀 소설처럼 보이는 이 작품 곳곳에는 여성의 독립성에 대한 올컷의 작가 정신을 읽어낼 수 있다.

해적을 소재로 한 소설 <보물섬>은 쓴 영국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그는 이 소설을 쓰기 전 자식 셋을 둔 미국인 유부녀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심지어 미국까지 그녀를 쫓아간 끝에 결혼에 성공한다. 그런데 함께 영국에서 데려온 아이가 새아빠 스티븐슨에게 졸랐다. 재밌는 얘기 좀 해 달라고. 스티븐슨은 아이를 위해 여러 모험 소설 소재와 상상을 섞어 해적 이야기를 지었다. 가족의 호응이 잡지 연재로 이어졌고,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보물섬>의 탄생이다.

<곰돌이 푸> 시리즈의 작가 밀른은 아들 로빈을 모델로 가볍게 쓴 작품이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약 스타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그 여파로 아들 로빈은 성장기 내내 친구들의 놀림과 언론의 관심 때문에 고통받았다. <곰돌이 푸> 시리즈가 왜 4권을 끝으로 더 이어지지 못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지리 수업 교재용으로 집필되었지만, 교재로는 실패하고 대중 소설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은 <닐스의 모험>, 작가의 사후에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이 유행하면서 기묘한 논란에 휩싸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각 작품이 간직한 뒷이야기는 때론 작품보다 더 재미있다. 곽한영 지음/창비/336쪽/1만 6000원.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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