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생각해 보면, 나는… 詩 70편에 담은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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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쯤 덮고 있었다/김종호

올해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조 시인으로 등단한 35년 차 중견 시인 김종호가 새 시집을 펴냈다. 시 70편을 담은 <한 뼘쯤 덮고 있었다> 이다.

"내가 바람의 서랍이었다"고 시인이 밝혔듯 시집에선 자연에 기반을 둔 자기반성이 이어진다. '망연하다와 막연하다를 구분하지 못해/막막하던 때가 있었다'('늪')거나 '그 길 위에서 밤새 바람결로 떠도는 나는, 빈 수레다'('부유'), '생각해보면, 나는 비굴하게도/월급이 끊긴 지난 팔 년 동안/멀리 도시 변두리에서 본능의 짐승같이/밥그릇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었네'('변명'), '별이 지는 곳까지 달려온/나는 下界의 불온한 여행자'('구슬 팔찌')라는 식이다.

"속절없이 관습적으로 일상을 부유하며 탕진하는 와중에 지속되어 온 무수한 소용돌이와 굽이들이 정작은 몸이 아닌 영혼은 아니었던가 하는 반성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는 최 준 시인의 말처럼 시집을 읽다 보면 반성과 고뇌 없이 정신없이 삶을 이어온 지난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시집이 생의 안내서로 다가오는 이유다. 김종호 지음/한국문연/143쪽/9000원. 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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