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예방 긴급 토론회] 빚 안고 혼자 사는 '40대, 50대 고위험군' 파악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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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에서 최근 고독사가 잇따르는 가운데 원인과 대안을 모색하는 긴급 토론회가 본보 주최로 지난 4일 부산복지개발원 회의실에서 열렸다. 강원태 기자 wkang@

부산 지역에서 최근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채 뒤늦게 발견되는 '고독사'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시가 '고독사 예방 실무추진단'을 꾸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획기적인 대안을 찾기엔 역부족인 모습이다. 부산에서 이 같이 고독사가 급증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지를 모색하는 긴급 토론회가 본보 주최로 열렸다. 현장 활동가와 전문가, 유관 기관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40대와 50대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책이 중장기적으로 고독사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시 : 8월 4일 금요일 오후 3시
장소 : 부산복지개발원 회의실 참석자

김수영 경성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재정 부산복지개발원 연구위원
이미경 부산정신건강복지센터 부센터장
이재안 동구쪽방상담소 의료지원팀장
고재수 부산시 다복동추진단장


△이재정=고독사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온 것이다. 일본에서 고독사가 본격화 한 시점이 2011년께였고, 그 때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3분의 1 정도를 차지했다. 부산의 1인 가구가 현재 전체 가구의 27%다. 당시 일본의 노인 인구 비중이 20.3%, 부산은 2021년께 20%에 다다를 것으로 추산된다. 1인 가구와 노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오는 것이 고독사다.

여기에다가 박근혜 정부가 복지의 유사·중복사업을 정리하면서 재가서비스(가정방문사업)가 줄어든 것도 최근 고독사 증가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어르신들의 경우 되도록이면 자신이 살던 익숙한 환경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어 시설이나 병원에 들어가기를 꺼린다. 그런데 유사중복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가정에서 받을 수 있는 돌봄 서비스가 끊겼고, 사회안전망에 구멍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부산 '1인 가구' 전체 27%
고독사 문제 본격화 시점

65세 이상 자살률 줄고 있지만
복지사각 4050세대는 증가 추세

건강보험·국민연금 등 활용
기초적인 통계 자료 만들고
정부-지자체 정보 공유하면
훨씬 효율적 대처 가능할 것

시장도 현장에 한번 가보고
행정기관·전문가 노력과 함께
이웃에 대한 관심 가져야


△이재안=제가 중구·동구·영도구·사하구를 거점으로 8년 동안 활동했다. 보통 한 달에 1명 정도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데, 지난해 폭염을 기준으로 그 해 여름에만 19명이 돌아가셨다. 그래서 돌아다니면서 만성질환자들을 미리 설득해 병원에 입원시켰다. 이렇게 해서 의료원 공익병동에 있다 돌아가신 분들이 있다. 올해 사례를 보면 고독사 고위험군은 노인가구도 있지만 50대 후반 60대 초반 남성이 많았다.

△이미경=65세 이상 노인들은 공공서비스와 가까이에 있다. 예를 들면 지하철 무임승차는 누가 안 알려줘도 모두가 안다. 기초노령연금도 그렇다. 정신보건센터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노인 자살률은 꾸준히 감소하고 40대, 50대의 자살은 늘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 복지사각지대가 이 세대라는 이야기다.

센터에서 활동하다보면 어떤 조사나 상담이나 노인들은 동의를 잘해주시고 결과도 받아들인다. 그러나 40대, 50대들은 자존심 상해하고, 내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한다고 한다. 이들에 대한 접근은 65세와는 달라야 한다.

△김수영=40대, 50대 은둔자들을 어떻게 사회로 끌어내느냐 하는 게 관건이다. 결국은 안전망의 문제인데 35세부터 64세까지는 일자리나 질병 등 문제가 생기면 어디가서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고독사가 늘어나는 것은 가족 해체나 경기 침체로 인한 파산과도 연관이 있다. 부채를 짊어지고 주위와 연락을 끊은 채 월세방에 사는 40대, 50대도 많다. 이러한 사람들에 대한 통계부터 만들어져야 한다.

△이재정=고독사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를 위해 기초적인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 간에도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관련 정보가 공유가 안 된다. 건강보험관리공단, 국민연금 등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면 현장에서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와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데 훨씬 효율성을 가질 수 있다.

각 기관이 가진 정보와 데이터는 정말 많다. 그런데 교류가 안 된다. 개인정보보호법때문이다. 채무 관계에서 병원 기록까지, 위험군에 대한 종합적인 관리에 들어가기 위해선 자료가 필요한데, 정보 활용에도 칸막이가 쳐져 있다.

△이재안=저 같은 경우는 24시간 혼자 사는 노숙자들의 전화가 오면 받고 챙긴다. 고독사가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관에서 늦추고 줄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정말 빠른 해결책을 찾기를 원한다면, 일단 서병수 부산시장이 고독사 현장에 가볼 것을 추천 드린다. 현장에 가면 정말 충격이 온다. 부산시장이 만약 현장에 간다고 하면, 경찰서장이나 소방대장도 현장에 갈 것이다. 그러면 현장에서 일사분란하게 대처법을 찾게 될 것이고, 실제 현장도 정말 빠르게 바뀔 것이다.

△김수영=-해외 사례에서 우리가 배울 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미국의 NORC(자연발생적인 은퇴공동체) 프로그램이다. 임대아파트 지역에서 하는 사업인데, 동마다 디렉터 한 명이 채용이 된다. 디렉터는 각 거주자가 어떤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지, 식사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여부를 매일 체크하고 관리한다.

스페인의 경우 라달스 프로그램(영어로 레이더 프로그램)이 있다. 예를 들어 동구 수정동이나 3통 등 특정 지역을 라달스 존으로 정해 회원을 모집한다. 사회복지사 한 명과 사례관리사 4명이 모집된 회원을 관리한다. 취약한 사람들이 그나마 자주 들르는 곳이 식료품점과 약국인데 가게 주인과 약사가 민간 감시자가 된다. 인적 레이더망을 통해 자주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안 보이면 바로 연락을 해 긴밀하게 대처한다.

포르투갈 리스본의 경우 SOS 프로그램이 있다. 119 대원, 경찰, 민간 전문가 그룹이 각자 모니터 앞에 대기한다. 24시간 가동되는 긴급 센터로, 취약계층의 인적사항 재산 질병 친구 등 모든 자원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갖고 있다. 이렇게 데이터베이스화 된 자료를 바탕으로 긴급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한다.

△고재수=부산시에서도 '고독사 예방 실무추진단'을 출범시켰다. 다양한 부서가 참여해 협력한다. 예를 들어 건축주택과는 임대주택에 사는 위험군을, 비전추진단은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그러나 관에서 고독사 실태 분석을 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고독사를 막는 것은 이웃 간의 관심이라고 본다. 시민 여러분께 이웃에 대한 따듯한 관심을 부탁 드린다. 정리=조소희 기자 s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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