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공론조사 지역민 제외 논리는 또 다른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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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여부 공론조사에서 부산·울산 등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을 제외하자는 주장이 나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일 한국갈등학회의 관련 토론회에서 은재호 한국행정연구원 박사는 "숙의(熟議)절차에 참여할 350명은 서울·중부권 주민 200명, 영·호남과 제주권 주민 150명을 배치하되 원전입지 주민은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여서 중립적이고 공정한 의견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숙의 절차는 2만 명의 1차 여론조사 후, 그 응답자 가운데 350명을 추출해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거치는 토론 과정이다.

이런 주장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표출되고 충돌·해소하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다. 이해당사자라는 '야릇한' 논리에 의해 해당 주민들이 제외됐을 때 그 논의의 결론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 해당 주민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그들 의견에 가중치를 줘야 한다는 견해까지 있는 실정이다. 제외하는 것이 공정한 것이 아니라 참여시키는 것이 더욱 공정하다. 해당 지역 주민들을 제외하자는 것은 '얼치기 공정성'이고 또 다른 차별이다.

이 주장은 소위 '이해당사자'를 산술적으로 정확히 양분해 찬반을 상쇄할 수 있다는 그릇된 형식논리에 빠져 있다. 그렇지 않다면 어느 한쪽을 교묘히 편드는 것이다. 또 '원전 인근 주민'이라 할 때 '인근'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부산·울산 주민 모두인가, 10㎞ 범위 안의 주민인가. 복잡한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주장이다.

공론조사의 핵심은 공정성과 투명성이다. 일본 정부가 2012년 '원전 제로' 문제를 놓고 공론조사를 할 때 실행위, 전문가위, 감수위, 제3자검증위 등 4개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세계 어느 공론조사를 봐도 해당 주민을 제외시킨 경우는 없다. 공론의 바탕은 '배제'가 아니라 '참여'다. 해당 주민을 제외시키자는 것은 공론조사의 의미를 볼 때 국민투표에서 해당 지역을 빼자는 소리와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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