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전기 절약법] 전자레인지 꽂아만 놔도 年 4만 원… 새는 전기부터 잡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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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 박옥수(가운데) 씨가 온실가스 진단 컨설턴트 하서윤(오른쪽)·염희경 씨의 대기 전력 측정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탈핵'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당연히 중요하지만 생활 분야 저탄소 생활 실천도 무시할 수 없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지난해부터 부산에서도 시행 중인 '비산업부문 온실가스 진단·컨설팅' 가정 방문에 동행했다. 부산시 기후대기과 이향숙·박종인 주무관, 사상구청 환경위생과 안소진 주무관도 함께했다.

부산시와 한국에너지공단 부산울산지역본부가 2012년부터 시행 중인 가정 에너지 컨설턴트 '그린코디' 사업이 매년 3~4개 기초지자체(올해는 동구, 남구, 사하구 등 1380세대)를 대상으로 한다면, 온실가스 진단·컨설팅은 에너지 절약 시민 의식 증진을 위해 16개 자치구·군을 대상으로 가정(2800세대)뿐 아니라 상가(280개소), 학교 등 대규모 시설(20개소)까지 확대했다. 또한 온실가스 진단·컨설팅은 전기뿐 아니라 가스, 수도, 자원 등으로 점검 분야도 포괄적이다.

가정·상가 대상 온실가스 컨설팅
전기·수도 등 에너지 소모량 진단

"멀티탭 사용해 대기전력 줄이고
에너지 효율 높은 LED로 교체"

가정·기업 탄소포인트제 가입 땐
감축률 따라 年 최대 7만 원 지급

■아낀다고 하는 데도 줄지 않는 전기 요금?

지난 26일 오후 부산 사상구 학장동 벽산아파트. 36평형 2인 가족이 사는 박옥수(76) 씨 집에 도착한 온실가스 진단 컨설턴트 하서윤·염희경 씨는 방문 취지부터 설명했다. 기후변화체험교육관 해설사로도 활동 중인 하 씨는 지난해 부산서 유일하게 뽑힌 우수 컨설턴트였다.

염 컨설턴트는 전기(에어컨·세탁기·냉장고 등), 가스(보일러), 수도, 자원(폐기물·종이) 등 항목별로 나와 있는 진단표를 문진 형식으로 작성했다. 기기 보유 수량, 에너지 고효율 제품 사용 여부, 사용 습관 등도 물었다. 절수 요령과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방법 등도 점검했다.

집주인 박 씨도 전기 사용 등 평소 습관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전기 요금이 걱정돼 에어컨도 간혹 켜요. 올핸 한 번밖에 안 켰어요. 가급적 손빨래를 하고 세탁기는 1주일에 한두 번 몰아서 해요. 저는 정말 전기를 아끼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박 씨 집 전기 요금 고지서를 확인한 결과, 같은 평형대 아파트 2인 가족 전국 월평균보다 훨씬 높았다. 절약 습관이 몸에 밴 박 씨였지만 사소한 부분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다.

두 컨설턴트는 전기 제품 점검에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저기서 '새는' 전기가 발견됐다. TV 셋톱박스와 세탁기, 전자레인지는 플러그가 꽂힌 상태였다. 박 씨는 "전자레인지랑 세탁기는 콘센트가 뒷부분에 있어서 플러그 뽑고 꽂기가 어렵다"고 항변했다. 컴퓨터는 절전형 멀티탭을 사용했지만 공유기, 본체, 모니터, 프린터 모든 칸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었다. 컴퓨터 사용자가 아침에 깜빡 잊고 출근한 것 같다고 박 씨는 덧붙였다.

멀티탭과 대기 전력 측정 장비.
이번엔 하 컨설턴트가 전기 소모량을 알 수 있는 대기 전력을 측정한 뒤 박 씨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했다.

"전자레인지 플러그가 꽂혀 있기만 해도 전기가 들어가잖아요. 시간당 전기 소모량이 28.23㎾고요, 돈으로 환산하면 5원이 좀 넘네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1그램이고요. 세탁기도 1주일에 1~2회밖에 사용 안 하는데 24시간 꽂혀 있죠.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이게 한 달, 열두 달 누적되면 꽤 되지 않을까요?"

그제야 박 씨는 "그럼, 어떻게 해요?"라고 되물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는 전기를 많이 아낀다'며 자신 있게 말하던 박 씨였다.

"TV는 셋톱박스 전원까지 끄는 게 좋아요. 전자레인지나 세탁기, 밥솥은 사용 안 할 땐 반드시 플러그를 뽑으세요. 그게 어려우면 오늘 선물로 드리는 멀티탭을 사용하세요. 컴퓨터엔 '그린터치(절전 프로그램: www.greentouch.kr 무료 다운로드 후 설치·그린터치 고객 지원 070-4060-4889)'를 사용해 보세요. 3개월 뒤엔 저희가 사용량을 다시 확인할 겁니다."

곁에서 지켜보던 이 주무관은 "저탄소 마을 만들기나 쿨루프Cool Roof·시원한 지붕) 사업처럼 시설 개선이 필요한 것도 있지만 온실가스 진단·컨설팅은 생활 실천 사항을 체크하고 행동 개선의 변화로 에너지를 감축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박 주무관은 "부산에서 활동 중인 온실가스 진단 컨설턴트는 56명인데 가정 방문의 경우, 안전 확보 차원에서 '2인 1조'로 움직인다"면서 "온실가스 진단·컨설팅 사업을 이미 완료한 구·군이 있는가 하면 계속되는 곳도 있기 때문에 해당 구청 환경위생과로 문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탄소포인트제 가입 등으로 온실가스 감축 실천
전기 절약을 위해 단지 내 가로등도 LED로 교체한 모습. 엄궁롯데캐슬리버아파트 제공
개별 가정이 아닌 공동주택 단지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는 경우도 점차 늘고 있다. 부산 사상구 엄궁롯데캐슬리버아파트(1852세대)는 올 초 그린인증 아파트 사업에 동참하면서 에너지 절감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곳이다. 지금까지 온실가스 진단·컨설팅에 총 91가구가 참여하고, '탄소포인트제'는 223세대가 가입했다.

엄궁롯데캐슬리버아파트 안준영 시설과장은 "부녀회와 연계해 구청 현수막과 안내문 부착, 안내 방송 등 지속적인 입주민 홍보 활동을 펼쳤고, 관련 서류를 관리사무소에 비치해 입주민이 쉽게 이용하도록 하는가 하면 맞벌이 가정 등 구청에 직접 제출하기 어려운 서류는 모아서 전달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미경 부녀회장은 전기·수도·가스 사용량이 많은 600세대를 중점적으로 독려해 온실가스 진단·컨설팅을 받도록 유도하고, 개별적으론 대기 전력 줄이기에 관심을 보였다.

"탄소포인트제도 몰라서 못하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온실가스 진단·컨설팅도 막상 받아 보면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는데 다들 자발적이지 않은 것 같아서 나서게 됐습니다. 아파트 전체적으론 지하주차장 등에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발광다이오드) 조명등을 교체해 에너지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고요, 우리 집만 해도 화장실, 주방, 드레스룸 전등은 LED로 교체하고 대기 전력 차단도 철저하게 실천하다 보니 전기 요금 등 아파트 관리비가 대폭 줄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런 노력이 우리 가정은 물론 우리 아파트, 더 나아가 지역사회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입니다."

한편 탄소포인트제는 가정과 기업이 최근 2년 동안 전기, 수도, 도시가스 사용량을 줄이면 일정 기준에 따라 인센티브(현금 혹은 그린카드 포인트)를 지급하는 제도. 인센티브 금액이 미미해 효과가 크지 않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 실천 프로그램이다. 온실가스 감축률이 5~9%인 경우 연간 전기 1만 포인트(1포인트=1원·연간 기준), 상수도 1500포인트, 도시가스 6000포인트, 감축률이 10% 이상일 경우 전기 2만 포인트, 수도 3000포인트, 도시가스 1만2000포인트가 부여된다. 개인의 경우, 상·하반기 연간 2차례 가구당 최대 7만 원까지 지급된다. 신청 방법은 인터넷 홈페이지(www.cpoint.or.kr)를 이용하거나 관할 구·군청 환경위생과(서·동구는 청소위생과)를 방문하면 된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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