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고물상이 아니라 금정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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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금정구 노포동 금정산 외곽 산림에 수년간 각종 폐기물이 무단 적치돼 있는 현장이 적발됐다. 김경희 기자·㈔범시민금정산보존회 제공

부산 금정산 외곽 산림에서 수백t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폐기물 무단적치 현장이 적발됐다. 수년간 쌓여 있었던 엄청난 양의 폐기물은 그동안 단 한 번도 해당 지자체의 단속망에 걸린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4일 오전 11시께 부산 금정구 노포동 1108-1번지. 노포동과 경남 양산시 동면 사송리를 연결하는 왕복 6차로 노포사송로에서 임도를 따라 300여m가량 산 쪽으로 진입하니 깜짝 놀랄 만한 장면이 펼쳐졌다. 임도 바로 옆 숲에 각종 폐기물이 가득 쌓여 '거대한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그 옆에는 부산시와 산림청이 제작한 '낙동정맥 부산구간 종합안내도' 안내판이 버젓이 세워져 있었다.

무허가 고물업자 무단 적치
폐가전 등 수백 톤 언덕 이뤄
단속 사각지대 수년간 방치

환경단체 "심각한 산림 훼손"
구청, 원상복구·시정 명령


폐기물을 헤치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낡은 냉장고, 못 쓰는 에어컨 실외기 같은 폐가전제품을 비롯해 각종 고철과 잡동사니들이 2m 안팎의 높이로 쌓여 있었다. 동행한 환경단체 관계자와 함께 아래쪽으로 내려오니 튼튼한 대나무로 이뤄진 숲이 마치 폐기물이 쓰러지지 않게 떠받치고 있는 것처럼 지탱하고 있었다. 대나무 숲 뒤로는 버려진 침대 매트리스 더미와 폐타이어, 낡은 가구와 목재 등이 켜켜이 쌓여 있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같은 현장은 지난 13일 ㈔범시민금정산보존회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됐다. 매일 금정산 일대를 누비며 환경 훼손 감시 활동을 벌여오고 있는 이 단체 또한 민간 회원의 제보를 받아 현장에 가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보존회 유진철 생태국장은 "금정산에서 10년 넘게 환경지킴이로 활동해 왔는데 이런 현장은 정말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한 산림 훼손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나 자신도 그동안 허투루 활동을 해 온 게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고 토로했다.

25일 금정구청에 따르면, 이곳에 무단 적치된 폐기물은 수년간 외부로 반출되지 않고 약 250평 부지에 그대로 쌓여 왔지만 적발된 적이 없다. 정확한 규모를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폐기물은 300~400t 규모로 추산됐다. 더구나 폐기물이 적치된 장소는 금정산 계명봉 끝자락으로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구역, 자연녹지지역으로 분류된 농지다. 장기간 지속돼 온 폐기물 무단적치 행위는 관련법 3개를 모두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금정구청은 환경단체의 민원을 접수해 지난 13일 해당 토지 소유주와 땅을 빌려 불법으로 무허가 고물업을 해 온 행위자를 찾아냈다. 또 이들에 대해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으로 30일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다음 달 12일까지 해당 농지를 원상복구하라는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폐기물 양이 워낙 많아 기간 내에 원상복구가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구청은 원상복구가 안 되면 곧바로 사법기관에 고발할 계획이다.

부산시 산림순찰반 관계자는 "15명 내외의 산림순찰반이 금정산 일대를 살피지만, 이 지역은 순찰반을 비롯한 등산객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라 단속의 사각지대로 남았던 것 같다"면서 "훼손 행위의 심각성과 유사 사례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보다 강력한 대응과 단속 활동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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