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항 환적화물 운임 현실화 '발등의 불'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항 신항에서 부두 간 환적화물을 수송하는 운송업체들과 운전기사들이 운임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항 신항 전경. 연합뉴스

"이달 말까지 환적화물 운임이 현실화되지 않으면 차량 운행을 하지 못할 처지입니다. 파업이 아니라 운전기사가 없어 차량을 운행할 수가 없어요." 부산항 신항에서 부두 간 환적화물을 실어나르는 중소 운송업체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4년 동안 환적화물 운임이 한 번도 오르지 않아 운전기사 임금을 인상하지 못하니 기사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80명에 달하던 운전기사 수가 현재 50명 정도로 줄었고 차량 가동률도 5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환적화물 운임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4년째 '컨'당 1만 7000원
격무에 운전기사 이직 심해
차량 가동률 절반으로 '뚝'
업체, 정부 등에 특단 요구
"인상 안 되면 수송 거부"


부산항 신항에서 부두 간 환적화물 운임 현실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환적화물을 운송하는 중소업체들은 이달 말까지 운임이 인상되지 않으면 화물 수송을 거부할 예정이다. 부산항 신항에서 부두 간 환적이 이뤄지지 않으면 물류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환적화물 수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부두 적치장에 과부하가 걸리고 선사들은 하역과 운항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서다.

부산항 신항에서 연간 처리하는 환적화물(20피트 기준)은 1000만 개 정도다. 이 중 신항 부두 간 환적화물은 130만 개가량이며 이를 트레일러 250대 정도가 운송하고 있다. 부두 간 환적화물 운송 시스템은 이렇다. 대형 운송업체가 각 선사와 운송 계약을 맺은 뒤 부두 간 환적화물 운송업체에 하청을 맡기게 된다. 부두 간 환적화물 운송업체가 컨테이너 하나를 운송하고 받는 운임은 대체로 평균 1만 7000원 정도다.

부두 간 환적화물 운송업체들은 "운전기사들이 24시간 2교대로 일해서 받는 월급이 보통 230만 원 정도"라며 "엄청난 노동 강도에 시달리는데 연봉 3000만 원이 채 되지 않으니 현장을 떠나려는 운전기사들이 상당수"라고 밝혔다. 부두 간 환적화물 운임 현실화 요구에 서명한 운전기사들은 1500명 정도다.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운전기사가 자발적으로 서명했고 일부는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며 "힘든 노동 환경이지만, 적은 연봉이라도 받아야 생활이라도 할 수 있는 사람만 운전기사로 남아 있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운송업체들이 원하는 부두 간 환적화물 인상률은 20% 정도다. 이길영 화물자동차운송사업자협회 트랙터분과위원장은 "인상분은 모두 개인 차주나 운전기사에게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야 현장을 떠나려는 운전기사를 남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들 운송업체는 부두 간 환적화물 운임 현실화를 요구하는 운전기사들의 서명부를 부산항만공사에 전달하고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부산시와 해양수산부, 국토교통부 관계자들도 만났다.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아직 정부는 물론 부산항만공사에서 내놓은 대책은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 관계자들도 만났지만, 부산항 신항 환적화물 운송 체계도 잘 몰라 답답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남지역과 울산 등 부산과 가까운 곳으로 수출입 화물과 환적화물 등을 운송하는 단거리 운송업체 차량 500여 대도 부두 간 환적화물 운송업체와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 대형 운송업체 소속으로 개인 차량을 가지고 일하는 위탁 차주까지도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까지 운송 거부에 나선다면 부산항 신항은 물류대란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부산항만공사 측은 "대형 운송업체, 신항 터미널 운영사, 선사 관계자들을 만나 부두 간 환적화물 운임 현실화 문제를 긴밀하게 논의하고 있으며 조만간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