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원 재해보상금 '쥐꼬리' 차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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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어선에서 일하다 다리를 잃어 의족을 착용한 중국인 순러 씨가 보상금 문제로 한국에 잠시 입국했다.

외국인 선원들이 작업 도중 부상을 당했을 때 받는 재해보상금을 한국인 선원들보다 적게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을 하다 다친 외국인 선원들은 "적은 월급으로 같은 일을 하다가 다쳤는데, 보상금까지 차별받아야 하느냐"고 호소했다.

중국인 순러(29) 씨는 2013년 8월 20일 경남 통영의 멸치잡이 어선에서 배를 정박하던 작업을 하다 사고로 다리를 잃었다. 순러 씨는 장애등급 4급을 받았다. 그가 받은 보상금은 한 달에 120만 원가량이었다. 해양수산부 고시에 명시된 재해보상금 300만 원보다 180만 원가량이 적은 액수다. 이 와중에 취업비자가 만료돼 결국 순러 씨는 중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리 잃은 중국인 순러 씨
보상금 한 달 120만 원 불과
정부 고시 금액의 반도 안 돼

'이주민과 함께' 시민단체
사연 듣고 소송 제기해 승소
"일할 때도, 다친 뒤도 차별"


베트남에서 온 호이호앙(37)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3월 부산의 한 고등어잡이 어선에서 일하다 미끄러져 경추 골절로 장해등급을 받았지만 수협으로부터 재해보상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재심사 청구를 요청한 상태다.

이주노동자를 돕는 시민단체 '이주민과 함께'가 이러한 순러 씨의 사연을 듣고 미지급된 재해보상금을 지급해 달라는 소송을 부산지방법원에 제기해 지난 3월 승소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판례가 있었기 때문. 대법원은 당시 '한국인 선원과 외국인 선원의 재해보상 시 적용되는 임금 산정 차이가 부당하다'는 대구고등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수협의 상고를 기각한 바 있다. 판결문은 외국인 선원이 승선평균임금은 물론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 위법임을 지적했고, 재해보상금이 다른 선원들과 동일한 승선평균임금으로 책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 노동자 단체들은 수협의 관행적인 보상금 지급이 외국인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한다. 외국인 재해보상금 문제로 소송을 진행한 '이주민과 함께' 잇페이 의료팀장은 "일할 때는 외국인과 한국인이 차별이 없는데 다치고 나면 차별이 있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면서 "외국인이라 비자만료기간이 되면 돌아가야 하고, 한국 사정을 잘 모를 것이라고 생각해 외국인 선원을 차별 대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리를 잃어 의족을 착용한 순러 씨는 "재해보상금뿐만 아니라 사고 이후 이송 과정, 병원 치료 등에서도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다. 한국인들이 하기 싫어하는 힘든 일을 하다가 이렇게 다쳤는데, 보상에 있어 차별을 받으니 괴롭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협중앙회는 "외국인 선원과 한국인 선원이 내는 보험료의 차이가 있고, 해수부 고시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승선평균임금을 제시한 부분이 있다"며 "다만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만큼 현재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을 고려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고 해명했다.

글·사진=조소희 기자 s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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