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은 찜통더위, 수도권은 물폭탄
'수도권은 호우 특보, 남부는 폭염 특보.'
23일 서울에 130㎜ 넘는 비가 내리는 등 수도권은 폭우가 내려 도로 침수와 정전 사태가 벌어졌지만, 부·울·경 지역은 폭염이 계속돼 올해 장마철 '극과 극'의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부·울·경, 한때 비 와도
폭염·열대야 당분간 계속
통영을 제외한 부산·울산·경남 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이날 오후 4시 기준 낮 최고기온이 울산공항(울산) 35.1도, 금정구(부산) 34.8도, 밀양 34.5도, 동래(부산)가 34.4도까지 치솟았다. 전날인 22일에는 밀양 38도, 의령 37.3도, 양산이 37도까지 오르는 등 올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하기도 했다.
부산기상청은 당분간 고온다습한 남서풍의 영향으로 부·울·경에 폭염이 지속되고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24일에는 대기 불안정으로 부산과 울산, 경남 내륙에는 오후 한때 소나기가 오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보됐다. 예상 강수량은 5~30㎜다. 이날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고 시간당 20~30㎜의 강한 비가 내릴 가능성도 있다. 25일에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대체로 흐리고, 아침에 경남 북서 내륙에서 비가 시작돼 낮에 부·울·경 전 지역으로 확대됐다 밤에 그칠 것으로 예보됐다. 그러나 비 예보에도 부산의 기온이 24일과 25일 모두 최저 26도, 최고 31도로 예상돼 30도를 넘는 무더위와 열대야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23일 경기 고양에 최고 155.5㎜의 비가 내린 것을 포함해 수도권에 시간당 100㎜에 가까운 물폭탄이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경기 시흥에는 한 때 시간당 최대 96㎜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는 앞선 주말 심각한 비 피해를 낸 충북 청주 지역의 시간당 최고 강우량 91.8㎜를 넘어선 것이다.
이날 폭우로 인천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치매를 앓던 A(95) 씨가 집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빗물로 숨졌다. A 씨는 집에 갑자기 물이 불어나자 함께 있던 아내가 도움을 요청하러 간 사이 사고를 당했다. 강원 화천군 한 계곡에서는 50대 여자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도로 침수와 낙뢰로 인한 정전사태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수도권 곳곳에 내려졌던 호우 특보는 오후에 모두 해제됐다. 이번 집중호우는 한반도 중부 상공에 크게 두 개의 기류가 걸치면서 그 경계선이 위치한 서울·경기 지역에 비를 머금은 구름대가 폭발적으로 생겨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올해 장마철 폭우를 몰고 온 강수 띠들은 대부분 남북으로 좁고 동서로는 길게 형성되면서 일부 지역에만 국지성 호우를 내리고, 비가 안 내린 지역에는 열기가 쌓이면서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이자영 기자 2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