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배아' 이식하고 항암제(착상 방해 성분) 주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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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산진경찰서. 경찰청 제공

부산의 한 불임치료 전문병원에서 시험관 배아 착상 시술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배아를 이식하고,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착상을 방해하는 항암제 성분 주사까지 투여한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시술을 받은 여성은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경찰 조사가 시작될 때까지 전혀 알지 못해 병원이 잘못된 배아 시술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정황도 확인됐다.

부산 불임치료병원 의사 입건
기록엔 '착상 유도제 투여'
시술여성엔 숨겨 은폐 의혹
간호조무사 고발로 드러나

부산진경찰서는 불임치료 전문병원에서 다른 사람의 배아를 이식하고 항암제 성분의 주사를 투여한 뒤 차트에 허위 기록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불임치료 전문병원 의사 A(43) 씨를 20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8일 병원 환자 B 씨에게 배아 이식 수술을 집도했다. 하지만 집도 과정에서 A 씨는 B 씨에게 착오로 B 씨의 배아가 아닌 다른 사람의 배아를 이식했다. 이식 수술이 끝나고 A 씨는 산모가 다른 사람인 것을 그제서야 알아챘다. 복수의 배아를 이식 받아야 할 40대 중반의 B 씨에게 하나의 배아만 이식됐기 때문이다. 이미 배아는 착상 시술이 끝난 상태였다. 통상 배아의 착상 성공을 높이기 위해 37세 이상의 산모의 경우는 복수의 배아를 이식하고, 37세 이하의 산모는 하나의 배아만을 이식한다. 이후 A 씨는 자신의 잘못된 시술을 덮기 위해 B 씨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고, B 씨의 복부에 항암제 성분인 MTX 주사를 곧장 투여했다. 배아의 착상을 막기 위한 주사다. 항암제를 투여한 뒤 전산으로 기록되는 의료 기록에는 정상적인 착상 유도제가 투여된 것으로 기록했다.

다른 사람의 배아를 이식한 뒤 이를 덮기 위해 항암제 성분을 투여한 불임치료 전문병원의 '비윤리적 행위'는 이 병원 간호조무사가 경찰에 A 씨를 고발하면서 알려졌다. 간호조무사의 고발이 없었다면 사실상 산모는 자신에게 항암제가 투여된 사실은 물론, 당초 다른 사람의 배아가 착상되는 시술이 이뤄졌다는 것도 알 수가 없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병원 측은 배아 착상을 기다리던 B 씨에게 착상 유도제가 아닌 항암제가 투여된 사실을 뒤늦게 알렸다. 병원 측이 조직적으로 시술 착오를 은폐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경찰 조사에서 병원 간호사들은 "배아를 잘못 시술해 항암제를 투여한 것이 맞다"고 진술했고, 피의자 A 씨는 "배아가 바뀐 사실을 알고 응급조치로 항암제를 투여했고 허위로 기재한 것은 맞지만, 고의성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조사를 통해 병원 측의 조직적 은폐 정황과 배아가 바뀌게 된 경위, 항암제 투여의 적법성 등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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