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용 콘크리트 블록 쇠고리, '해양 쓰레기'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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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북항재개발 당시 바다에서 꺼낸 콘크리트 블록이 북항매립지에 무더기로 쌓여 있다. 쇠고리가 없어 재활용이 불가능할뿐더러 옮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산의 항만, 방파제 조성과정에서 쓰이는 콘크리트 블록의 '쇠고리'들이 무더기로 해양에 버려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바닷물에 의해 쇠고리들이 부식되는 탓인데, 이로 인해 블록 재활용이 불가능해지고 바다 오염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해수청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수백 개의 추가 쇠고리 제작에 나서 '해양 쓰레기'를 막기는커녕 양산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18일 부산해양수산청에 따르면 현재 영도크루즈터미널 등의 개발에 쓰일 '들고리형' 콘크리트 블록 580개가 제작되고 있다. 공사비 규모만 25억여 원에 달한다. '들고리형'은 고리 모양의 와이어로프를 블록에 심어 크레인 등으로 옮기는 공법이다. 콘크리트 블록은 바다과 육지 사이에서 접안시설 역할을 한다.

바닷물에 부식돼 수명 5년 안 돼
탁도 높아지고 악취까지 발생

특혜 시비 우려한 부산해양수산청
대체 공법 대신 기존 '일회용' 고수

그러나 블록과 함께 바다에 빠지는 와이어로프 고리는 수명이 5년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닷물로 인해 금방 녹이 스는 등 부식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다시 들어올릴 수 없을 뿐 아니라 쇳가루 등으로 바다 오염까지 일으킬 수 있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실험 결과 1개의 와이어로프가 바다에 빠질 경우 1L당 철 495㎍, 구리 22.8㎍, 아연 16.4㎍ 등이 검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 실험에서도 와이어로프로 부식으로 바닷물의 탁도가 높아지고 악취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울산 등 곳곳에서 항만재개발, 세굴 보수공사, 태풍 등으로 꺼낸 콘크리트 블록들의 고리가 부식돼 폐기처분하는 등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부산 북항재개발 매립지에서도 1900여 개의 콘크리트 블록 고리가 사라진 상태다. 고리가 없는데다 블록 곳곳에 마모까지 돼 있어 사실상 '용도 폐기' 상태다. 현재 이 블록들은 북항재개발지에 '썰린 두부'처럼 무더기로 쌓여 있다. 공사 관계자는 "원래 고리가 없었는지 중간에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폐기처분 금액만 몇십억 원이 들어 골치아프다"고 말했다. 이 블록들은 일제 강점기에 북항 조성을 위해 바다에 빠뜨린 것이다.

현재 이 같은 '들고리형' 콘크리트 블록을 대체할 공법들도 있다. 블록에 구멍을 뚫어 고리를 넣은 뒤, 크레인으로 옮긴 후 다시 고리를 빼내 재활용하는 방법 등이다. 그러나 해수청은 이런 공법이 '특허'라는 이유 등으로 거부한다. 특허일 경우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 시비가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특혜 시비 등 절차가 복잡해지자 해양쓰레기를 일으키는 기존 공법을 되풀이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부산해수청 관계자는 "특허도 문제가 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내린 결과"라며 "콘크리트 블록은 일회용이기 때문에 한 번 설치하고 나면 고리가 삭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글·사진=이승훈·김준용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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