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주 '위즈' 공동편집장 "여성이 당당하게 성의 주체가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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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가 남성들의 과도한 성욕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고요. 웃기지 마세요. 성욕은 오히려 여성이 더 강하답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를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황색 문화'를 용인하자는 것은 비뚤어진 성 관념을 가진 일부 남성의 주장일 뿐이라는 여성주의 독립출판 잡지 <위즈(잡초)> 임은주(페이스북 아이디 Eunjoo Im) 공동편집장. 임 편집장은 여성이 느끼는 성적 쾌감은 실은 남성보다 8~9배 많지만 정작 현실에서 그걸 느끼는 여성은 극소수라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첫 버자이너 워크숍
참석자끼리 성 경험담 등 공유
여성주의 독립출판 잡지 준비
성 억압 해소 모임도 만들 것

임 편집장은 여성이 자기 몸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려고 '버자이너 워크숍'을 열었다. 지난 5월 열린 첫 모임에 참석한 10여 명의 여성은 자신들의 성 경험담, 추행당한 일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20대부터 50대까지 모여 2시간 동안 진행된 워크숍을 통해 참석자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공유했고 여성의 성을 숨기거나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공감했다.

"옛날부터 남성의 성기는 '고추'로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면서 여성의 성기는 말하기 꺼렸죠. 성을 음침하게 다루고 자꾸 비밀스럽게 여겨 문제가 생긴 거예요." 자신을 성 칼럼을 쓰는 토종 페미니스트로 소개한 임 편집장은 그래서 워크숍 끝에 자신의 성기를 그리는 순서를 마련했다고 했다.

"20대는 가장 예쁜 몸이죠. 그런데 '애플힙', 탱탱한 가슴만 강조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 몸이 싫어져요. 그런데 자기 성기를 그리면 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생기죠." 워크숍을 통해 참석자들은 자신의 몸과 성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이제 버자이너 워크숍은 다음 달부터 매달 정기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강단에서 배운 여성학이 아닌 민초들을 위한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임 편집장은 그래서 평범한 여성을 위한 여성주의 전문 잡지 위즈도 낸다. 내년 초 독립출판 형식의 부정기간행물로 시작하지만, 이후 계간지나 월간지로도 운영할 생각이다. 임 편집장은 여성들이 자기 성의 주체로 우뚝 서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여성의 관점에서 성을 다룬 영화를 분석한 가칭 <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라는 책을 다음 달 출간한다. 영화 '하몽하몽', '안토니아스 라인' 등 12편에 등장하는 여성의 성 관념을 소개했는데 출판 후엔 독립영화관에서 해당 영화를 상영하고 토론하는 '버자이너 영화 클럽' 즉 영화 감상 모임도 계획하고 있다.

향후 여성 자위 모임도 열어 성 억압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임 공동편집장은 "데이트 폭력, 부부 성폭행 등에 노출된 한국 여성들이 당당하게 오르가슴을 느끼며 성의 주체가 되는 세상이 평등한 세상이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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